이강덕 경북 포항시장
지역균형발전이 2003년 국가 어젠다로 설정된 후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2020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추월해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의 본사 가운데 743개(74.3%)가 수도권에 있다. 매출은 전체의 86.9%를 차지한다. 지역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본사를 지방에 두면서 수도권에서 경영 활동을 하는 기업을 포함하면 9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인구 과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와 부동산 가격 폭등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청년 인구 유출과 소비 위축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방 소멸로 귀결되고, 이 문제는 중앙으로 이어진다. 결국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지방에 정착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오랜 기간 지역 사회에서 공헌한 장수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실질적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기업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 소명을 받아들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경영 효율성과 단기적 이윤 추구에 집중한다면 지방 소멸 위기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의 글로벌 기업 포스코도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미래형 철강을 포함한 수소 2차전지 등 글로벌 신소재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주회사 전환을 확정하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포스코의 혁신과 노력은 당연하다.
포스코는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다. 생산된 쇳물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지역민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환경오염, 건강권 침해 등 수십 년간 일정 수준의 희생도 감내해 왔다. 50여 년간 포항에 본사를 두고 성장한 포스코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이제 포스코가 국가와 지역에 응답할 때다. 수도권에 지주회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배치하는 것은 국가 백년대계를 외면하고 지역균형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포스코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지역 상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의지와 실질적 정책을 아우르는 이른바 ‘포스코의 길’을 밝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계와 시민단체도 이 길에 동행해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