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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예술가’ 헨리 다저, 사후 49년만에 상속권 분쟁

입력 | 2022-02-09 03:00:00

병원 경비원 일하며 평생 외톨이
사후 집주인이 정리하다 가치 발견
뉴욕 현대미술관 등서 작품 소장
친척 50여명 뒤늦게 소송 제기



헨리 다저의 작품 ‘토네이도’, 1958년경. 크리스티 웹사이트 캡처


미국 시카고에서 병원 경비원으로 일하다 숨진 예술가의 유산이 뒤늦게 상속권 분쟁에 휩싸였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작가 겸 화가 헨리 다저(1892∼1973·사진)의 친척들이 지난달 일리노이주 상속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평생 외톨이로 지낸 다저는 8세에 보육원에 보내진 뒤 아동시설을 전전하며 힘겹게 산 것으로 전해진다. 사망하기 1년 전 옮긴 요양원에서 그는 생을 마감했다. 그의 방을 정리하던 집주인 네이선 러너는 수만 쪽 분량 소설과 수채화, 연필드로잉 같은 삽화를 발견했다.

노예가 된 어린이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판타지 소설 ‘비비안 소녀들의 이야기’ 등의 가치를 알아 본 러너는 1977년 다저의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고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했다. 살아서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던 다저의 상상력은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시카고미술관, 스미스소니언 등에 소장됐다. 한 작품은 2014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70만 달러(약 8억 원)가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뒤늦게 다저가 자신들 일가임을 알게 된 친척 50여 명은 ‘가족의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친척 크리스틴 사도우스키는 “누군가가 다저 일생의 작업으로 돈을 벌고 있음을 알게 돼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저의 작품을 관리해온 러너 측은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NYT에 답했다. 다저의 그림을 취급했던 아트 딜러 앤드루 에들린은 “대부분의 집주인은 다저의 작품을 갖다 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