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노려 특정 논란 자극적 편집… ‘사이버 레커’ 동영상 폐해 심각 최근 20대 유명인 2명 극단 선택, 안현수 中코치도 “악성 댓글 고통”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 없앤 이후 가짜 계정 이용해 악플 보내기도 “신고해도 처벌 약하고 절차 복잡”… “구글 등 악플 삭제 의무화해야”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이나 악플은 삼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빅토르 안(안현수)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는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당부했다. 전날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 논란이 일자 안 코치 부인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 자녀 신상을 공개하고 안 코치 부부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이 수천 개 달린 탓이다. 안 코치는 “아무 잘못도 없는 가족들이 상처 받고 고통 받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안 코치 부인은 8일 오후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을 끝내 중단했다.
○ 진화하는 온라인 괴롭힘
배구 선수 김인혁 (왼쪽)과 BJ 잼미 (오른쪽)
최근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에 시달리던 유명인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른 가운데 과거 포털사이트의 댓글 창에서 가해졌던 괴롭힘이 개인 SNS 댓글창과 다이렉트메시지(DM), ‘사이버 레커’(특정인에 대한 논란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다루는 인터넷 방송 채널) 영상 등으로 형태를 바꾸며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거 없는 루머 등에 시달리다가 4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배구 선수 김인혁(27) 역시 SNS 댓글과 DM, 사이버 레커 동영상 등을 통해 사이버 불링을 겪었다. 김 선수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기 때마다 수많은 DM, 악플 진짜 버티기 힘들다”며 “이제 그만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선수의 외모를 둘러싼 커뮤니티 반응 등을 편집한 사이버 레커 동영상이 여러 개 게시되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BJ(방송 진행자) 잼미(27) 역시 그에 관한 논란을 다룬 사이버 레커 영상이 지난해 여러 차례 게시됐다. 유족은 5일 “장미(BJ 잼미)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고, 그것이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 신고도 소용없어
포털 연예·스포츠뉴스의 댓글 폐지 이후 SNS 등을 통한 사이버 불링 정도는 오히려 심해졌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방송인 홍석천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댓글 기능 폐지 이후 ‘가(假)계정’(사용자의 정체성을 숨긴 계정) 등을 사용해 악성 DM을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며 “신고를 해도 처벌 수위가 낮고, 절차도 복잡하다. 사이버 불링에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고 말했다.도를 넘은 내용일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규정 위반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 주요 플랫폼의 경우 이행하지 않아도 이유를 소명할 의무는 없다. 구글이 지난해 1∼10월 방심위의 시정 요청을 이행한 비율은 78.9%에 그쳤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 사용자의 윤리 교육과 더불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