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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미국출신 중국대표인데… 반응은 너무 달랐다

입력 | 2022-02-09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프리스타일 스키 여왕 아일린 구
빅에어 우승하자 열광의 도가니… 단체전 실수 피겨선수엔 ‘뭇매’



8일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중국의 3번째 금메달을 따낸 뒤 스키를 들고 환호하고 있는 아일린 구. 베이징=AP 뉴시스


미국 태생 중국인 스키 스타 아일린 구(20)가 중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아일린 구는 8일 중국 베이징 서우강 빅에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합계 188.25점으로 우승했다. 전날 예선 5위였던 아일린 구는 이날 결선 1차 시기에서 93.75점을 받았다. 마지막 3차에서 최고점인 94.50점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결선은 3차례에서 최하점을 뺀 합계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1, 2차까지 선두였던 테스 르되(프랑스)는 3차에서 73.50점으로 저조한 점수를 받아 아일린 구에게 역전을 당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일린 구는 2021∼20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여자 하프파이프 월드컵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베이징 올림픽을 빛낼 최고의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 대표로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된 상황까지 더해져 그의 성장사와 경기 외적 일거수일투족이 집중 조명됐다.

천재적인 스키 재능과 학구열, 스타성은 태어나서 자란 곳인 미국도,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도 ‘만능 여신’으로 칭송할 만큼 독보적이다. 중국 대표로 뛰면서 2020년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1600점)에 가까운 1580점을 받아 명문 스탠퍼드대에 합격했다. 수려한 외모로 루이비통 등 여러 세계 유명 브랜드 광고에 등장한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스포츠 브랜드와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東) 등의 광고를 싹쓸이했다.

중국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아일린 구가 올림픽 데뷔전에서 스키 불모지였던 모국에 금메달까지 안겨주자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아일린 구의 주 종목은 하프파이프다. 중국 누리꾼들이 “전 세계의 우상”이라며 신을 대하듯 찬사를 보내는 마당에 2관왕 타이틀이 더해진다면 그의 인기와 영향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외신 등을 중심으로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표출하는 중국 누리꾼에 대한 비난 수위도 거세질 수 있다. 미국 출신으로 중국 스케이트 대표인 주이는 7일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중국 누리꾼들에게 집단 성토를 당했다. 아일린 구는 영웅으로, 주이는 수치로 바라보는 중국 여론과 누리꾼의 반응이 극명하게 대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