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번복 힘든 국제재판소 제소 배경
윤홍근 한국 대표팀 선수단장(가운데)이 8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전날 쇼트트랙 남자 1000m 편파판정 논란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항의서한 발송, IOC 위원장 면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뉴시스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선수단) 철수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8일 주중국 특파원단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전날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가 끝난 뒤 대한체육회장, 한국선수단장 등과 가진 긴급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의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스포츠토토)는 1000m 준결선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탈락했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각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연거푸 실격 처리된 것이다. 그 대신 중국 선수들이 결선행 티켓을 가져갔다. 결국 중국 선수들은 비디오 판독 끝에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만큼 이번 쇼트트랙 판정이 국민 정서는 물론이고 국제 스포츠 관계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라는게 선수단의 판단이다. 황 장관은 “(CAS 제소가 판정을) 뒤집기 어렵더라도 제소 자체가 판정하는 분들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쇼트트랙 판정 논란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개최국 중국을 향한 반중(反中) 감정으로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쇼트트랙 판정에 대해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베이징 올림픽 로고를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로 패러디하는 등 대부분 중국에 부당하게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남자 피겨스케이팅 차준환(고려대)은 “선수촌에서 경기를 TV로 시청했다. 매우 속상했다”고 말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자신의 SNS에 “또 실격? 와 열받네”라는 글을 적었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라이언 베드퍼드도 자신의 SNS에 “중국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간에 어떤 결탁이 있는 것 같다”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외신들도 “선을 넘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캐나다 야후스포츠는 “페널티 도움을 받은 중국이 쇼트트랙에서 두 번째 금메달(1000m)을 따면서 혼돈과 더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노골적인 편파 판정은 국제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남아 있는 쇼트트랙 6종목에서 다시 중국 선수들과 메달을 다툴 예정이다. 판정 논란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국민들의 반중 정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올림픽이 중국의 텃세 판정 탓에 자칫 ‘반중 올림픽’으로 불타오를 수도 있는 형국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