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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의혹’ 뒤늦게 납작 엎드린 與… 우상호 “억울해도 고개 숙여야”

입력 | 2022-02-09 10:35:00

“국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더니 여론 역풍에 ‘태세 전환’
이낙연 “국민 신임 얻지 못할 언동 자제해야” 내부 단속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이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단 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들이)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6일)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 숙여야 한다.”(우 총괄선대본부장. 9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 한껏 자세를 낮췄다.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설사 일부 과장되거나 억울한 게 있다 하더라도 단 한 가지라도 사실관계가 있으면 반성하는 게 옳다”며 “사과하고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 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연휴 직후 “(선거에) 충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며 부정적 여파를 평가 절하한 모습에서 사흘 만에 ‘태세 전환’에 나선 것.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내부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첫 회의를 주재한 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본부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길 바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씨 관련 논란이 불거진 초기 개별 인사들이 이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내로남불’ 논란을 자처한 것에 대한 내부 단속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가 7일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준다”거나 이원욱 김병욱 의원등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들이 김 씨 관련 보도를 ‘논두렁 시계’ 보도에 비유하며 논란이 됐다. 우 총괄선대본부장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캠프에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잘못한 자숙모드로 일관한다고 정했었다“며 ”개별 인사들이 하나 하나 언론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게 마치 전체 캠프 입장인 것처럼 비춰진 것은 뼈아프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김 씨 관련 의혹을 두고 180도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은 부정적 여론이 생각보다 크고 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설 연휴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졌는데, 여기에 김 씨 관련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씨 논란 자체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이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내로남불’ 모습을 국민에게 또 다시 노출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씨가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김 씨가 입장문 형식으로 국민에게 유감을 표명했지만 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추가 입장을 내는 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