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선고를 위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2022.1.27/뉴스1 © News1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추행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에서 형법 제299조 중 ‘항거불능’ 부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준강제추행 및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이 확정된 A씨가 “형법 제299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2회 추행하고 1회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 등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헌재는 우선 “청구인은 형법 제299조 전부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주장을 살펴보면 ‘항거불능’의 의미 및 포섭범위에 관해서만 다투고 있다”며 심판대상 부분을 ‘항거불능’ 부분으로 한정했다.
헌재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 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정의했다. 또 형법 제299조의 문언상 ‘심신상실’에 준해 해석되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불법의 크기는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협박의 정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항거불능’ 상태는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에서 폭행·협박으로 인해 발생한 대항능력의 결여 상태와도 상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항거불능’의 상태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이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