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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 올림픽’ 트윗에 연애 내용이…친중 계정, 中비판 ‘물타기’

입력 | 2022-02-09 13:26:00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오륜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게양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국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비판하기 위한 트위터 해시태그를 친중 성향의 계정이 장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해시태그를 본래 주제와는 다른 콘텐츠와 같이 쓰면서 인권 운동가들의 중국에 대한 비판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클렘슨대 미디어포렌식허브는 작년 10월 20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석 달 간 ‘#GenocideGames’(집단학살 올림픽)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트윗이 13만2000건 이상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는 서방의 인권 운동가들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 침해를 규탄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시태그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 당국의 신장 지역 인권 탄압을 ‘집단 학살’(genocide)로 규정한다.

문제는 이 해시태그를 사용한 트윗 중 상당수가 중국의 인권 침해 비판이라는 본연의 의도와 달리 아예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포렌식허브의 대런 린빌 교수와 패트릭 워런 교수는 작년 10월 말부터 자동 생성된 계정들이 스팸과 다름없는 게시물을 대규모로 올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게시물은 인권 운동가들의 온라인 결집을 방해하기 위해 올라온 것으로 교수들은 추정했다.

‘해시태그 홍수’(hashtag flooding)이라 불리는 이 전략은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일부러 전혀 관련이 없는 콘텐츠를 대거 노출시킴으로써 유명 해시태그의 효과를 희석하는 수법을 말한다. 원래 주제와 무관한 게시물을 쏟아내 실제 인권 운동가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더 나가 트위터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하여금 해당 해시태그를 모두 스팸으로 인식해 게시물을 삭제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GenocideGame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 온 13만 여 건의 트윗 가운데 67% 가량은 트위터의 스팸 대응 정책에 따라 삭제돼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또 이 해시태그를 사용한 계정의 70%는 팔로워가 단 한 명도 없었다. WSJ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들 계정은 중국 인권 문제와 관련 없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나 연애 관련 내용들을 다루고 있었다. 또 계정 소유주는 마치 외국인이 쓴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비(非)중국계 이름을 사용했다. 트위터 관계자도 WSJ에 “지난해 12월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계정을 처음 파악했다”고 확인했다.

중국의 사이버 관련 당국은 이런 계정들이 만들어진 경위를 묻는 WSJ의 질의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강제 노동으로 제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국 민주당의 커스틴 질리브랜드, 공화당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명시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