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 4명 중 1명은 이과 수험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이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한 이과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대거 교차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진학사에 따르면 진학사 점수공개 이용자 기준 서울대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 중 27.04%는 과학탐구를 응시한 이과 수험생이었다. 이 비율은 전년도인 2021학년도에는 0%였다. 서울대는 정시 지원시 제2외국어/한문을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도 증가한 것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 수험생들은 수능 응시 때부터 서울대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외국어/한문 필수 응시 조건이 없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이과 수험생이 전체 인문계 지원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인문계 모집단위 지원자 중 과탐 응시자 비율은 2021학년도에는 0.44%에 불과했으나, 2022학년도에는 45.90%로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이과생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 성균관대는 20%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이과 학생들이 서울 중위권대 자연계 진학이 가능한 점수로 연세대, 고려대 등에 합격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서울과기대 화공생명공학과에 지원 가능한 수준인 269.5점을 받은 수험생은 연세대 국문학과에 합격했다. 이 학생은 국어 1등급, 수학 3등급, 영어 1등급, 과학탐구 2과목 모두 3등급을 받았다. 경기대 전자공학에 진학 가능한 점수로 경희대 무역학과에 합격한 학생도 있다.
이과 수험생들의 상위권대 ‘문과 침공’은 통합 수학에서 얻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학은 공통 22문학과 선택과목 8문항(‘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택1)로 출제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보정하는 점수 조정을 하지만 대체로 이과생이 점수가 높다. 종로학원은 수학 1등급의 86.0%, 2등급의 79.7%가 이과생일 것으로 추정했다. 문과생 중 수학 고득점자가 적어 상위권대 인문계열 학과의 합격선이 떨어질 것을 노린 이과 수험생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문과 학생들 중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3학년도 정시에서는 이과 수험생의 서울대 인문계열 교차지원 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과평가를 반영하게되면 사회 교과 이수단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과 학생이 교과 이수 현황의 불리함을 안고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지원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