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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반도체 패권경쟁에 사활… 공급확보에 수십조원 쏟아붓기

입력 | 2022-02-10 03:00:00

바이든 “美 제조업 재기하기 시작”…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유치 손꼽아
美의회도 반도체 육성법안 만들어… 인텔-TSMC 대규모 공장건설 유도
유럽은 2030년까지 59조 투자계획…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까지 목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핵심 반도체 업체의 공장을 자국에 유치하는 ‘공급망 움켜쥐기’에 힘을 쏟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데 수십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기술 주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 제조업이 재기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직 일자리를 늘리고,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의 미국 내 증산을 추진해왔는데 대표적인 성과 사례로 삼성의 투자를 꼽은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선정하고 170억 달러(약 20조34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 인텔, 대만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200억 달러(약 23조9200억 원)를 투자해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도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36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정치권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 달러(약 62조2000억 원)를 투자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켰다. 비슷한 법안(미국 경쟁법안)을 추진 중인 하원과의 조율을 거쳐 올해 1분기(1∼3월) 중 최종 통과시킬 전망이다.

유럽도 반도체 생산 경쟁력 키우기에 나섰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유럽에서 반도체 공급을 대폭 늘리기 위해 공공·민간 투자 등을 포함해 430억 유로(약 58조9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와 미국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EU는 ‘반도체칩법’을 제안하고, 현재 9% 수준인 유럽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 같은 반도체 자체 공급망 강화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됐다. 각국이 봉쇄되고 반도체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자국 내 생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수요는 증가하는 데 필요한 물량을 조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기술과 무역 분야에서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은 공급망 재편의 핵심 원인이다. 이에 따라 핵심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을 지키고 해외 생산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선두 기업인 영국의 ARM을 인수하려 했지만 영국 정부와 EU가 반독점 규제 등의 명목으로 반대한 것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