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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만에 넘어진 시프린… 20분이나 슬로프 못 떠났다

입력 | 2022-02-10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7일 대회전 이어 회전도 1차서 실격
월드컵 47번 우승 종목이라 더 충격… NBC “역대 가장 실망스러운 결과”
전관왕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한 듯… 스노보드 클로이 김, 예선1위 순항



“일어나, 스키여제”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이 9일 베이징 옌칭 국립알파인스키센터 구석에 앉아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2개 종목 연속 조기 탈락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7일 대회전에서 기문을 놓쳐 실격된 시프린은 이날 회전에서도 5초 만에 쓰러져 경주를 마치지 못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27·미국)은 9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회전 1차 시기 시작 5초 만에 쓰러지면서 실격을 당했다. 그리고 일본 만화 영화 ‘캔디♥캔디’ 주인공 캔디처럼 대회 현장인 베이징 옌칭 국립알파인스키센터 한쪽 구석에 그대로 앉아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어디선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들릴 것만 같았다.

미국 NBC 방송에서 시프린의 실격에 대해 “올림픽 역사상 가장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하자 ‘체조 여제’ 시몬 바일스(25·미국)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라며 시프린에게 위로를 건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4관왕을 차지한 바일스는 2020 도쿄 대회서 체조 6개 전 종목 금메달을 노렸지만 첫 종목인 단체전 도중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면서 대회 기권을 선언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회전,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대회전 우승을 차지한 시프린 역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알파인 스키 5개 전 종목 우승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7일 대회전에 이어 이날 회전에서도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회전은 시프린이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에서 현역 선수 최다인 73승을 기록하는 동안 47번(58.9%) 우승을 안겨준 주종목이다. FIS 월드컵 역사상 시프린보다 회전 종목에서 많이 우승한 선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뒤에도 밝은 표정으로 SNS 게시물을 올렸던 시프린은 이날 20분 간 슬로프에서 일어나지 못 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시프린은 “슬로프에 앉아 경주를 지켜보는데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툴툴 털어내고 다시 해보자’고 할 텐데 그 말을 듣지 못해 너무 슬펐다. 아버지가 벌써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화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는 건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혼자서도 이겨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시프린은 활강과 슈퍼대회전, 복합에서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심리적 부담과 함께 인공 눈 100%로 만든 슬로프 설질 때문에 시프린이 애를 먹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여자 회전 참가 선수 88명 가운데 30명(34.1%)이 1차 시기 완주에 실패했다. 시프린은 설질 언급 대신 “해서는 안 될 실수를 저질러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클로이 김

한편 2018년 평창 올림픽 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김선·22·미국)은 이날 장자커우 스노파크에서 열린 대회 예선에서 87.75점으로 참가 선수 22명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면서 올림픽 2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