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 단독후보로 추천 확정
하나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으로 함영주 지주 부회장(66·사진)을 낙점하며 10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상고 출신의 말단 은행원에서 출발해 42년 만에 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함 내정자에게는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격변의 시기에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28일 5명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을 선정한 지 11일 만에 함 부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설 연휴 등을 감안하면 4영업일 만에 차기 회장 내정자를 발 빠르게 확정한 것이다. 하나금융 측은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자회사 사장단 인사 등을 앞둔 상황에서 혼란을 방지하고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장 선임의 걸림돌로 꼽혔던 법률 리스크가 아직 남아있지만 함 내정자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함 내정자는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과 채용 관련 재판 선고가 각각 16, 25일 예정돼 있지만 앞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유사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충청영업그룹을 맡아 영업 실적 1위에 올려놓은 그는 2015년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은행장으로 깜짝 발탁돼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16년부터는 지주 부회장을 겸직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회추위도 “함 내정자는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그의 조직 운영·관리 능력에 높은 평가를 줬다.
함 내정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의 생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앞서 김정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함 내정자는 취임과 동시에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 글로벌 진출 등을 추진해 그룹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함 내정자는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같은 날 임기를 마치는 김 회장은 2012년 취임 후 10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