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빙속 왕국’ 네덜란드 대표는 컴퓨터가 정한다

입력 | 2022-02-10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단순 기록보다 메달 가능성 중시… 팀 성적 높이는 알고리즘 개발해
선발전 500m 2위인데 탈락하기도… 일부는 코칭스태프 재량으로 뽑아



김민석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후 시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민석(23·성남시청)은 8일 베이징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에 이어 동메달을 딴 뒤 “아직까지 네덜란드 선수들을 못 넘은 아쉬움이 있다”며 “몇 년 뒤가 되든 네덜란드 선수들을 뛰어넘고 싶다”고 했다. 최강 네덜란드를 넘어야 금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이 함께 주행한 네덜란드 키얼트 나위스는 올림픽기록으로 이 종목에서 2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8년부터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최다 메달국 자리를 지킨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도 4개 종목에서 금 3, 은 2, 동 1개를 획득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네덜란드의 이변은 올림픽 무대가 아닌 올림픽 출전선수 명단 발표 때 생긴다. 올림픽은 최대한 많은 국가에 참가 기회를 주기 위해 종목별로 특정국의 참가선수 수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개인전 6개 종목에 걸쳐 남녀별 출전권을 16개씩을 확보했지만 실제 출전할 수 있는 선수 쿼터는 남녀 각각 9명으로 제한된다. 네덜란드 협회는 남녀 9명의 선수를 뽑아 자국이 확보한 16개 경기 출전권을 공정히 분배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별 쿼터 제한으로 네덜란드에서는 올림픽 대표 선발 때마다 공정성 시비가 빚어졌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대표팀은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앞두고서부터 선수별 과거 경기 기록과 선발전 성적을 합산해 메달 획득 확률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최근 경기일수록 비중을 높여 메달 가능성을 계산한다. 다만 협회는 선수 개개인의 확률이 아니라 네덜란드 팀 전체가 가장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별 조합의 메달 확률을 비교한 뒤 최적의 조합을 택한다.

그러다 보니 한 종목만 보면 성적이 더 좋은 선수가 경기에 못 나서는 일도 생긴다. 가령 다이 다이 은타프는 500m 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했고 네덜란드가 확보한 이 종목 출전권은 3장이었지만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선발전 종합순위도 8위로 이 성적 순으로만 대표팀을 뽑았다면 베이징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표선발 알고리즘 계산 결과 장거리 출전이 가능한 선수를 포함시키는 게 네덜란드 팀의 메달 수를 더 늘려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시즌 네덜란드 남자 500m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 올림픽 메달 확률이 높지 않았고 계산에 따라 500m 주력 선수는 중요도가 뒤로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 때 1500m 은메달을 땄던 파트리크 루스트 역시 이번 대회 3개 종목에 출전하지만 정작 1500m 종목에는 그보다 선발전 성적이 뒤졌던 마르셀 보스커르가 출전했다. 보스커르는 1500m에서 9위를 했지만 네덜란드는 이 경기에서 금, 은을 모두 가져갔고 루스트 역시 50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선수단 전체로 보면 최적의 결과를 얻은 셈이다.

그렇다고 네덜란드가 100% 알고리즘으로만 대표팀을 선발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코칭스태프의 판단도 비중 있게 반영된다. 보스커르, 스벤 크라머르는 선발전에서 부진했지만 매스스타트, 팀추월에서 필요한 기술을 갖췄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으로 은타프와 테이먼 스넬(선발전 1500m 3위)을 제치고 출전권을 얻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