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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새샘]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사고 수습은 지금부터다

입력 | 2022-02-10 03:00:00

이새샘 산업2부 차장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실종자 수색이 8일로 마무리됐다. 추가 붕괴 위험과 잔해 더미에 가로막혀 수색에 난관이 많았다. 실종자 6명이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에서 벗어나 가족 품으로 모두 돌아가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며 현장 수색 인력을 먼저 배려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 규명 등 앞으로가 중요하다.

경찰은 이미 지난달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붕괴 핵심 원인으로 동바리(지지대) 무단 해체 등 부실 공사를 지목했다. 수사 과정에서 동바리 해체를 누가 지시했는지를 놓고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 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편법 재하도급과 감리업체 관리 소홀 같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사고 원인은 모두 익숙하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때도 불법 재하도급,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공사 진행, 감리 등 관리감독 소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었다. 그런데 같은 건설사 현장에서 7개월 만에 또다시 비슷한 이유로 사고가 났다.

우선 학동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제대로 내부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했는지 의문이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과했던 당시 대표는 지난해 말에야 퇴직해 상근고문이 됐다. 별다른 문책도 없었다. 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뒤인 지난달 20일에야 비상안전위원회를 꾸리고 안전혁신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시공감시단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를 기용해 모든 현장의 시공 적정성과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이는 7개월 전 학동 참사가 났을 때 진즉 했어야 했던 일이다.

정부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 8월 정부는 불법 재하도급 방지 등 각종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학동 참사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여전히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직 어떤 처분도 받지 않았다. 화정아이파크 사고 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규정상 가장 강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지만 실현될지 알 수 없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동아건설이 부실 공사를 이유로 건설업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동아건설은 행정소송을 통해 해당 처분을 무효화한 바 있다.

다른 건설사들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최근 건설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사는 전국에 수십, 수백 개 현장을 동시에 운영한다. 외부 작업이 대부분이라 통제할 수 없는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사정을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광주 사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광주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진짜 사고 수습은 지금부터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