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벨로스‘부두의 남자들’, 1912년.
사상이나 행동 등의 차이로 갈라진 집단을 ‘파(派)’라고 한다.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 미술사에는 여러 화파가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애시캔파(Ashcan School)도 있었다. 예술가 집단의 이름이 ‘재떨이파’라니! 이 인상적인 이름은 조지 벨로스의 그림에서 유래했다. 세 명의 부랑자가 재떨이를 샅샅이 뒤지는 드로잉이다.
애시캔파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은 당시 화단의 주류였던 인상파나 보수적인 관학파 미술을 거부하고, 미국적인 특색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벨로스가 30세에 그린 이 그림은 애시캔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한겨울 브루클린 부둣가에서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초조하게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일감이 있을까? 이들이 맡은 일은 정박된 배에서 말과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것. 저임금이지만 그마저도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 화면 왼쪽의 남자는 일을 못 구했는지 머리를 떨구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아 보인다. 강 건너 맨해튼엔 부자들이 사는 화려한 고층 빌딩들이 경쟁하듯 서 있다. 그 빌딩들을 손수 지었을 노동자들은 평생 꿈꿀 수 없는 집들이다. 거칠고 차가운 강물은 도시 빈민과 부자를 철저히 구분 짓고 갈라놓는 경계 역할을 한다.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삶은 재떨이에 버려진 담뱃재처럼 잿빛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화가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화려한 도시 뉴욕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