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피차 나폴레타나(Pizza napoletana)’로 불리는 나폴리 피자는 베수비오산 분지에서 재배되는 산 마르차노 토마토, 캄파냐의 전용 사육장에서 키우는 물소 젖으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 등 해당 지역의 고유 재료를 사용한다.
2000년대 초반 나폴리에서 처음 방문했던 ‘피체리아 소르빌로’. 오전임에도 대기자가 100명이 넘어 8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피자를 먹었다. 이곳은 1935년 문을 연 이래 20명이 넘는 자손들이 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다. 셰프가 공중에서 휙휙 돌려 펴낸 도(dough)에 신선한 토핑을 얹어 구워낸 정교한 피자 맛은, 이곳의 인기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탈리아 농림부에서는 나폴리 피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침을 세웠다고 한다. 피자 크기, 화덕 종류, 토마토 및 밀가루 종류 등 8개 항을 규정하고 이를 따르는 가게에는 일종의 보증서를 발급한다. 나폴리 첫 방문 때 이런 인증을 받은 피자 가게만 여섯 곳을 들렀으니, 나폴리 피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챔피언 칭호를 받은 레시피로 만든 피자를 입에 넣는 순간 쫄깃하고 부드러운 도의 식감이 입안 가득 전해졌다. 손으로 반죽한 둥근 모양의 도 위에 올려진 신선한 모차렐라 치즈와 구운 아몬드, 그리고 그 위에 살짝 얹은 무화과잼. 각각의 식재료에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풍미가 대단했다.
파리는 수년 전부터 나폴리를 능가하는 나폴리 피자의 본고장으로 떠올랐다. 상당수 셰프들이 보다 많은 성공 기회가 보장된 데다 급여도 더 높은 파리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나폴리 피자를 파리에 제대로 알린 선구자로는 ‘빅마마 그룹’이 꼽힌다. 세계적인 비즈니스스쿨인 인시아드를 졸업한 두 젊은 사업가는 ‘파리에는 왜 맛있는 나폴리 피자 가게가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나폴리 출신 장인을 대거 고용해 레스토랑을 차린다.
빅마마 그룹은 바스티유 근처에 자리한 1호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파스타 전문점, 피오렌티나(피렌체 정통 티본스테이크) 전문점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지금은 런던과 유럽 주요 도시까지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 피자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제네로 나스티의 ‘비주’ 등 파리에는 지난 몇 년간 나폴리 피자 가게 20∼30곳이 문을 열었다. 세계 피자의 중심이 나폴리에서 파리로 이동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머지않아 파리를 대표하는 음식이 피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