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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잠룡들 “美의사당 난입 사태는 범죄”

입력 | 2022-02-10 03:00:00

펜스 前 부통령의 트럼프 비판 이어… 크리스티 前 뉴저지 주지사 등
과거 측근들 잇달아 ‘反트럼프’ 가세… 서열 1위 상원 원내대표도 비판 합류
공화당 내부서도 ‘트럼프 찬반’ 갈려… “당내 대권주자 경쟁 본격화” 분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며 광폭 행보에 나선 가운데 과거 ‘트럼프의 측근들’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 공화당이 친(親)트럼프와 반(反)트럼프로 나뉘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대선 사기’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자 차기 공화당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과거의 측근들이 가세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견제에 나섰다. 공화당의 의회 핵심들도 친트럼프와 반트럼프 진영으로 갈리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대선 잠룡들은 ‘反트럼프’ 연대

공화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7일 미 ABC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내가 (2024년 대선에) 출마해 승리한다면 지난해 1월 6일에 참여했던 관련자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밝히자 정면으로 비판한 것.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정권인수팀장을 맡아 측근으로 꼽혔다.

2016년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다가 이후 지지 선언을 한 마코 루비오 공화당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역시 6일 CBS 뉴스에서 “지난해 1월 6일 사태 때 벌어진 범죄에 연루된 사람은 누구라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은 펜스 전 부통령의 최근 발언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펜스 전 부통령은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고 했지만 그는 틀렸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펜스 전 부통령을 지지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상황이다.

이처럼 과거 측근들이 ‘반트럼프 깃발’ 아래 모인 것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화당의 차기 주자로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들어 잇따라 대중 집회에 나서며 광폭 정치행보를 보이자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과거의 측근들이 합종연횡에 나선 셈이다.

한국계 유미 호건 씨와 결혼해 ‘한국 사위’로 불리는 공화당 내 대표적 반트럼프 인사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역시 연방 상원의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권 도전 채비를 하고 있다.
○ 공화당 내 ‘트럼프 찬반’ 갈등 깊어져
공화당 지도부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갈려 권력다툼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1·6 의사당 난입 사태 조사위원회에 참여 중인 리즈 체니 의원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공화당 서열 1위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8일 “지난해 1월 의회 난입 사태는 폭력적 반란”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지난해 공화당 서열 3위인 하원 의원총회 의장에 선출된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은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유권자를 위해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며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서열 2위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 역시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결정을 옹호했다. CNN은 이날 “공화당 전국위원회 조사를 계기로 공화당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