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25일까지 원상복구 명령에… 지주들, 매매상에 이동 요구하자 업체들 인근에 불법주차… 주민 피해
LH사태 이후 개정된 농지법 때문에 발등 불 떨어진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중고차연합센터. 20년 가까이 주차장으로 써온 주변 농지를 원상복구해야 하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강남구의 농지가 약 15년 동안 중고차 매매상들의 대규모 주차장으로 불법 전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가 농지법 위반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지만 일부 매매상들이 인근 도로 등으로 차량을 옮겨 불법 주차를 이어가면서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9일 본보가 찾은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중고차연합센터’ 맞은편 공터에는 ‘율현 주말농장’이라는 입구 간판이 무색하게 판매용 중고차 200여 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이 공터 지목은 대부분 답(畓)이나 전(田)으로 농사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중고차 매매 단지가 생기고 이후 2007년경부터 판매용 중고차 주차장으로 이용돼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들은 농사를 짓는 대신 매매상에게 땅을 임대하고 수익을 올렸다.
강남구가 몇 차례 불법 주차 단속에 나섰지만 중고차 매매상들은 차량을 잠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묘목 몇 그루를 심고 ‘농지’라고 우기는 식으로 단속을 피했다고 한다.
구의 강경한 태도에 지주들이 “주차한 차를 빼 달라”고 하자 일부 매매상들은 합법적으로 주차장을 임차하는 대신 인근 주택가 등에 불법 주차를 하면서 주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강남구 세곡동 주민 김모 씨는 “매매상들이 주차해 놓은 차들 탓에 주민들이 잠시 차를 댈 만한 곳도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9일 기자가 중고차연합센터 인근 율현공원 삼거리 등을 둘러보니 판매용 중고차들이 편도 1차선 도로의 절반을 차지하며 주차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강남구가 시한으로 정한 25일이 다가오면서 불법 주차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율현동 주민 함모 씨는 “지난해 8월경부터 중고차 매매상들이 차량을 주택가에 대고 있어 불편이 크다”며 “눈앞에서 매매상이 손님과 차를 거래하는 현장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중고차 매매상 A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저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찾아 계약했지만 일부 매매상들은 단속이 뜸한 인근 도로에 차량을 옮겨놓거나 경기 성남, 위례까지 원정 주차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