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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법무부, 외국인에 전신결박 의자 등 13종 도입 시도…“유엔선 금지”

입력 | 2022-02-10 03:00:00

법무부, 보호장비 대폭 확대 추진




구금 외국인에게 사용 가능한 전신 결박 의자.

지난해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벌어진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으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자 법무부가 보호장비를 구체화하겠다며 전신 결박용 의자와 침대 등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장비 13가지를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전국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에 대해 전신을 결박하는 의자와 침대 등을 도입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신 결박용 의자의 경우 미국 등에서 사형 집행 시 사용되는 의자와 외양이 유사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외국인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장비에는 수갑, 포승, 머리보호장비(헬멧), 발목보호장비, 보호대, 보호복 등도 포함됐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보호규칙은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률이 아니어서 법무부 장관 결재만 거치면 확정된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체의 자유 등 외국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법률에 의거해야 한다”며 “법률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교도소 수용자에게 적용되는 법률 내용을 그대로 시행규칙에 적용하는 것은 일시적 눈가림”이라고 지적했다.


● 신체 자유 제한하는데 법률 개정 없이 부처 시행규칙으로
지난해 9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모로코 국적의 난민 신청자 A 씨가 ‘새우꺾기’ 고문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을 때 전문가들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인권 침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도 포승, 수갑 등을 이용해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헌법 37조 2항에 따라 법률로써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시행규칙을 만들어 외국인 수용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려 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시행규칙 내용도 교도소 수용자에게 적용되는 것과 유사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전신 결박 의자·침대 등 13가지…의료진 검토도 없어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이 개정안에는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구금된 수용자에게 적용되는 장비 중 13가지를 외국인보호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담겼다.

행정예고가 끝나면 법무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시행규칙이 공포된다. 지난해 7월 31일 기준으로 전국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은 933명이다.

기존에는 수갑, 포승, 머리보호장비 등 세 가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수갑 3종(양손, 일회용, 한 손) △포승 2종(벨트형, 조끼형) △머리보호장비 △발목보호장비 2종(양 발목, 한 발목) △보호대 2종(금속, 벨트) △보호의자 △보호복 △보호침대 등 13가지로 늘렸다.

또 교도소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장비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도소 장비 중 밧줄(포승)까지 추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우꺾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운 후 등 뒤로 묶는 ‘새우꺾기’가 아니더라도 수갑, 포승, 헬멧, 벨트 등은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

또 외국인보호규칙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도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교도소는 ‘위력을 사용해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만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수형자보다 영장 없이 보호소에 갇힌 외국인에게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의료진 검토 없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도소 수용자의 경우 보호침대 등에 결박할 때 의무관의 확인을 거치게 하는데 개정안에는 장비 사용이나 독방 수용에 의료진 검토가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공=사단법인 두루

● 유엔 “장비 사용 금지” 헌재 “법률에 근거해야”
보호장비 사용 확대는 유엔 규정에도 위배된다.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넬슨만델라 규칙)’은 “보호장비의 사용은 법으로 정해 두고 도피나 타인 침해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며 “굴욕이나 고통을 주는 쇠사슬, 발목수갑 및 보호장비 사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2005년 “(외국인에게) 수갑 등 보호장비를 사용한 결박은 심리적 위축과 심신에 고통을 주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므로 이 장비를 사용할 때는 헌법 37조 2항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시행규칙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동작 을)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국인보호소는 사법적 판단도 없이 임시로 외국인을 보호하는 곳인데, 교도소 수형자들에게 사용하는 장비들을 외국인에게 그대로 쓰게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헌법 위반”이라며 “외국인과 보호소 직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비만을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대해 “최종적으로 행정예고 되지 않은 의견 조회 단계”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새우꺾기 논란을 하루 빨리 해소하려다 보니 시일이 걸리는 법 개정에 앞서 먼저 시행규칙으로 근거를 마련하려다 생긴 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