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현대차 협력업체 ‘카슈미르’ 관련 글에… 인도, 反韓감정 확산

입력 | 2022-02-10 03:00:00

파키스탄 협력사, 본사 승인없이 SNS에 인도와 분쟁지역 희생 거론
인도인 격앙… 한국 제품 불매 번져, 정부도 관계악화 조짐에 대응나서




현대자동차 파키스탄 협력업체가 올린 ‘카슈미르 연대의 날’ 관련 글로 촉발된 인도 내 반한(反韓) 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류가 현대차에 대한 항의 수준을 넘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불매 운동은 물론 다른 한-인도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해당 글로 인해 인도 국민들이 받은 불쾌감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는 한편, 이번 사안이 협력업체의 단순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이샨카르 장관은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양국 관계가 향후 다시 이런 문제로 불편해지질 않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양국 장관은 농담도 편하게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파키스탄 국경일인 ‘카슈미르 연대의 날’(5일)에 ‘현대파키스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카슈미르 형제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지지하자”는 글(사진)이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할 통치하지만 양국 모두 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첨예하게 맞서는 지역이다. 해당 글이 올라온 뒤 이를 발견한 인도 누리꾼 수백 명이 ‘현대차가 파키스탄을 지지했다’며 불매 선언에 나섰고, 이는 곧 피자헛·KFC·도미노피자 등 다른 기업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인도 현지 언론 인디아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7일(현지 시간) 장재복 주인도 한국 대사까지 초치(불러들임)해 인도 정부와 국민들의 불쾌한 감정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글은 파키스탄 내 협력업체인 니샤트그룹이 자신들의 계정을 통해 본사 승인을 받지 않고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 인도법인이 공식 SNS를 통해 “인도는 제2의 고향”이라고 쓰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현지의 격앙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현지 채널을 가동해 인도 정부 주요 관계자들을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켜 달라고 협조도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차와 공조해 이 문제가 더 번지지 않게끔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