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발사 잠수함 정박 조선소… 모선-시험용 바지선 위치 바뀌어 바지선 이동은 2014년 이후 처음… 北, 2년간 잇달아 신형 SLBM 공개 작년엔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공언… 감시 회피용 ‘위장전술’ 관측도
북한이 새해 들어 잇따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면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래급 잠수함이 정박한 신포조선소에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활동이 포착됐다. 최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미국 본토 타격용이라고 공개 선언한 북한이 지난해 10월에 이어 SL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징후일 수 있다는 관측과 위성 추적을 피하기 위한 위장활동일 수 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 CSIS “신포조선소에서 이상활동 포착”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8일(현지 시간) 민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이상 활동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5∼8일 신포조선소 안전구역 내에 있는 침투용 모선과 SLBM 시험발사용 바지선의 위치가 바뀌는 등 이례적인 활동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실제로 지난해 12월 29일 촬영된 위성사진과 올 2월 촬영된 사진을 살펴보면 당초 SLBM 시험용 바지선이 정박해 있던 곳에 어선처럼 보이는 침투용 모선이 자리를 잡은 반면 바지선은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 ‘8·24 영웅호’ 선미(船尾) 쪽으로 위치를 바꿨다. SLBM 시험용 바지선은 2014년 신포조선소에 나타난 이래 정박 위치가 바뀐 적이 없었으며 침투모선 역시 지난해 2월부터 같은 곳에 정박해 있었다고 ‘분단을 넘어’는 밝혔다.
8·24 영웅호는 수중배수량 2000t의 고래급 잠수함으로 SLBM 1기를 탑재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이 잠수함에서 ‘해상판 이스칸데르’ SLBM을 시험발사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활동에 대해 “영웅호 수리 보수 작업이 지속되는 것인지 위장 활동의 일환인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미 군 당국과 정보기관이 신포조선소를 밀착 감시하는 것을 알고 있는 북한이 추후 미사일 실험 등에 대한 위성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상 활동을 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 한미, 최근 신포 움직임 집중 주시
최근 한 달 새 신포조선소 내 장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미 정보당국은 “(이것만으로는) 특이할 만한 변화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북한이 신형 SLBM 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0년 10월과 지난해 1월 열병식에서 잇따라 공개한 신형 SLBM인 ‘북극성-4ㅅ’, ‘북극성-5ㅅ’ 시험발사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을 공언한 바 있다.북한 외무성은 8일 홈페이지에 지난달 30일 발사한 IRBM 화성-12형을 언급하며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고 미사일 시험까지 진행해 거대한 진폭으로 세계를 흔드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오직 우리 국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8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 초안에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북한 해커들이 훔친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북한이 한국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서도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