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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질주’ 황대헌 “아무도 내 몸에 손댈 수 없도록 달렸다”

입력 | 2022-02-10 08:25:00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짓자 기뻐하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편파 판정을 비롯한 모든 불운을 이겨내고 금빛 질주를 펼친 황대헌(강원도청)이 “아무도 내 몸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려 준비한 전략이 통했다”고 당당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09초2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서 황대헌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8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이 나왔다.

황대헌은 지난 2018 평창 대회 1500m 결승에서 넘어졌던 것과 이번 대회 1000m 준결승에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아쉬움을 모두 털어냈다.

그는 “오늘 제일 깔끔하게 타려고 전략을 세웠고, 아무도 내게 손을 못 대게 하려고 준비했다. 그것이 잘 통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1000m 경기에서 다소 억울하게 페널티를 받아 탈락했던 황대헌은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것이 없었고, 계속 문을 열기 위해 두드렸다. 앞으로도 도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짓자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다음은 황대헌과의 일문일답이다.

-금메달 따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들, 운동했던 날들이 천천히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날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했다. 태극마크, 국가대표 자리는 무겁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강한 자부심을 느끼는데, 태극마크를 달고 있으면 더 영광스럽다. 국민들이 너무 많이 응원해주셔서 든든하고 따뜻했다. 힘이 많이 났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앞서 경기 편파판정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어땠나
▶사실 1000m 경기도 난 깔끔하게 탔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더더욱 깔끔하게 타려 준비했다. 오늘이 제일 깔끔했고, 그렇게 타기로 전략을 세우고 나왔다.

-결승전에 중국 선수가 없어서 부담이 적었나.
▶지금은 모든 나라들이 상향평준화 됐다. (중국 아니라도)다 견제해야 한다. 중국 선수들이 없었지만 좋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아 실수를 안 하려 노력했다.

-앞에서 판정 시비 등이 있었는데 속마음은 어땠나.
▶지나간 일이지만, 나도 사람이라 안 괜찮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괜찮아졌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두드렸고, 이렇게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것은 없다. 이제 다음 경기가 있는데 그것이 또 하나의 벽이다. 계속 두드리겠다. 다시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의 모습 보여드리겠다.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1위로 결승선을 들어서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준준결승에서 뒷짐 지고 여유 있는 레이스를 했는데 중국 관중을 의도했나.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쿨하지 못한 행동이다.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깨끗하지 못한 경기라 그런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때 배웠다. 오늘 제일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는 것으로 전략을 세웠고, 잘 통했다.

-깔끔한 전략이 뭐였나.
▶아무도 내게 손을 못 대게 한 것이다. 가장 깔끔한 전략이었다.

-선두에서 달리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든데 자신 있었나.
▶자신 있었다. 정말 힘들지만, 그때마다 계속 응원해주신 분들 떠올렸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어떤 응원이 기억이 남았나.
▶너무 많다. 따뜻한 말이 많았다. 하나만 꼽기 어렵다.

-마이클 조던의 말을 SNS에 올린 이유가 있을까.
▶사람이 의도치 않게 벽에 부딪히면 자신감을 잃는다. 하지만 뒤돌아서서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린다면 오늘처럼 활짝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 있지만 내 갈 길 가겠다는 생각에서 올렸다.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손을 흔들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한국선수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했나.
▶서로 수고 많았다고 축하해줬다. 한국에서 쇼트트랙 대표선수가 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좋은 동료들이 없었다면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고맙다. 함께 메달을 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첫 금메달인데, 선수단을 향해 응원의 말을 전해준다면.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 성적 내는 것을 보고 다른 선수들도 더욱 힘을 냈으면 한다. 노력했던 것들을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모두 파이팅이다.

-숙소 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치킨 먹고, 마지막에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BBQ 치킨 엄청 좋아한다. 오기 전에도 먹고 왔다. (윤홍근 대한빙상연맹)회장님께 농담으로 회사의 의자 하나 정도는 내가 했다고 이야기 드렸다(웃음).


(베이징=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