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소장하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 18점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기관에서 소장하던 묘지를 한국으로 돌려보내 준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8일 ‘백자청화이기하묘지’가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10일 밝혔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돌이나 도판으로, 지석 또는 묘지석이라고도 불린다. 묘지를 통해 고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문중의 경의를 표현하기도 한다.
총 18매로 구성된 이 묘지는 백토를 직사각형의 판형으로 성형해 청화 안료로 글씨를 썼다. 판의 우측 단면에는 묘주의 관직 및 이름과 함께 총 매수 중 몇 번째인지 쓰여 있어 이 묘지가 온전한 한 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묘지명 말미의 기록으로 사후 묘지가 제작된 연대(1734)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청화 발색이 선명하며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진행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실태조사에서 이 묘지를 확인했고, 2020년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며 한산 이씨 문중이 원소장자임을 알게 돼 이를 문중에 알렸다.
분실됐던 묘지가 클리블랜드미술관에 소장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현 한산 이씨 정익공파 문중 대표 이한석씨는 사실 확인과 이후 조치를 위해 미술관과 교신 등 대응을 재단에 위임했다. 미술관은 재단과의 협의를 통해 본래 이기하 묘소에 묻혀있던 ‘백자청화이기하묘지’를 한국에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묘지는 1998년 미술관에 기증됐는데 미술관은 2020년 말 재단을 통해 이한석씨로부터 연락받을 때까지 묘지와 문중이 분실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미술관 관장 윌리엄 그리스워드 박사는 “우리는 한국의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한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재단이 이 사안을 우리에게 알렸을 때 모두가 함께 올바른 결과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미술관에서 한국 소장품을 담당하고 있는 임수아 학예연구사는 “‘백자청화이기하묘지’는 그 역사적 가치와 단정한 글씨로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유물”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술관으로부터 묘지를 돌려받은 이한석씨는 현재 이기하 선생의 묘소가 충남에 있는 것을 고려해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산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