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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엔 환호 실수엔 악플 테러”…中, 귀화선수에 이중잣대

입력 | 2022-02-10 10:54:00


“중국은 그 어느때보다도 귀화 선수에 의존하고 있지만, 대중들은 이들이 메달을 획득할 때만 비로소 인정한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지만 모친의 국적에 따라 중국을 택한 에일린 구(구아이링)과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2018년 중국으로 귀화한 주이의 사례를 조명하면서 중국은 피겨, 아이스하키, 스키 등 종목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귀화선수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에서 금메달을 따내 ‘인민 챔피언’으로 급부상한 구아이링과는 달리 주이는 올림픽 첫 출전 경기에서 실수를 남발해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은 귀화 선수들이 ‘메달을 따내야만’ 자랑스러워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아이링이 지난 8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중국 대중은 환호했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는 구아이링과 연관된 해시태그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도배됐다.

반면 지난 6일 피겨 단체전 여자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주이가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연달아 실수를 범하자 비난이 폭주했다. WP는 주이의 올림픽 출전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중국 당국은 인터넷 검열에까지 나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스포츠 해설가 숀 왕은 “귀화 선수들은 특정 종목에서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자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라면서도 “중국의 일반 대중은 아예 외국인 귀화 선수를 국가대표팀으로 인정하는데 한계를 느끼기에 중국팀이 그나마 중국계 선수들을 영입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같은 보수적인 환경에서 차이에 대한 관용은 매우 적다”고 덧붙였다.

미주리대 세인트루이스의 중국 스포츠 전문가이자 인류학자인 수잔 브라우넬 역시 “이것은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다. 중국 스포츠 관계자들은 귀화 선수 기용에 대한 여론을 주의깊게 살피면서도 수년간 모험할 것”이라면서 “중국에서는 ‘구아이링 스토리’를 기꺼이 환영하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정서가 변덕스럽기로 악명이 높다면서 “2022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귀화선수까지 영입하는 중국은 우여곡절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