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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까지 100km…러-벨라루스 합동훈련 시작에 전운 ‘최고조’

입력 | 2022-02-10 12:05:00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부터 열흘 간 벨라루스에서 진행되는 합동 훈련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에 병력이 집결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국경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벨라루와의 합동훈련 소식까지 더해지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9일 최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과 전투기 SU-35 등이 벨라루스 훈련장에 도착한 모습을 공개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가 기존 국경지역에 배치된 병력과 더불어 벨라루스의 군사력까지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날에도 훈련을 명목으로 북해함대(Northern Fleet) 소속 군함 6척이 지중해에서 흑해로 향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 북해함대는 당시 성명을 통해 이번 훈련은 지난달 발표한 태평양과 대서양, 지중해, 북극해 등 러시아를 둘러싼 전 해역에서 대규모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러, 벨라루스서 훈련 명목으로 병력 배치…우크라 침공 우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 최고 사령관들이 이 훈련을 위해 9일 벨라루스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는 러시아가 지난달 17일 SU-35 전투기 12대와 S-400 방공 시스템 2개 사단, 판시르-S 방공 시스템 1개 부대가 벨라루스로 이동시켰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뒤 벨라루스서 훈련을 마친뒤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럽 고위 관료들은 러시아 병력이 벨라루스에 배치된 순간부터 러시아가 이를 철수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우크라를 침공하지 않더라도 향후 나토 동부전선에 새로운 위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NHK는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상시 주둔하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 100km 이내로 접근하게 되고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수도와도 수백㎞ 더 가까워진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이번 합동훈련으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북쪽, 동쪽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도 같은날 대응 훈련 진행…美 “우크라와 더 많은 정보 공유할 것”

러시아가 대규모 합동훈련을 앞두고 있는 것에 대비해 우크라이나도 같은날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WP는 우크라이나 군이 미국과 나토로부터 제공받은 무인기(드론)와 대전차 무기를 활용한 훈련을 10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오는 20일까지 벨라루스서 실시되는 러시아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앞서 레즈니코프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4만명의 병력을 배치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수정하지 않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늘 마크롱 대통령과 우크라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이번주 중 다른 유럽 정상들과도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양당 상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기 위한 계획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며 “이것이 러시아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방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한 러시아 군함이 흑해로 진입한 것에 대비해 이날 리투아니아에 병력을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

로이터는 이번에 배치될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은 현재 루마니아에 주둔 중인 미국 병력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루마니아에는 9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일부는 나토 소속으로 나머지는 미국과 루마니아간 별도 합의에 따라 임무를 수행중이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유럽 동부전선을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3000명의 병력을 추가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루마니아에 추가 배치된 병력도 이것의 일환으로 보인다.

◇美, 우크라 침공 우려해 폴란드에 미국인 대피소 마련

WP는 미국 정부가 전쟁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인근 국가에 배치된 미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주 폴란드에 추가 배치된 미군은 우크라이나에 진입할 계획은 없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시 폴란드로 대피할 미국인들을 돕기 위해 국경에 주둔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여행 자제 경고를 매우 일관적이고 명확하게 하고 있다”며 폴란드에 배치된 미 육군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1700명 중 일부가 피난민들을 위한 대피소나 텐트를 설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도 “우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을 강제로 대피시킬 계획은 없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약 3만명의 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 우크라 침공설 계속 부인…마크롱 중재 노력 힘 잃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는 현재 긴장 상황은 미국과 나토 책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구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전례 없는 위협에 봉착해 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러시아는 또한 여전히 서방국가들에 자국 안보를 위해 나토 확장 중단,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에서의 나토 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갈등 중재를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연달아 만나며 바쁜 한주를 보내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노력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전날 워싱턴에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우크라이나 갈등)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이 중요했지만 이것이 기적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