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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검사키트 생산 충분, 살땐 품절…“이유 있었네”

입력 | 2022-02-10 13:11:00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검사 체계를 전환하면서 자가검사키트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9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휴마시스 군포공장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자가검사키트 생산량이 충분하지만 이를 낱개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매점 판매를 위해서는 1~2개씩 포장을 해야하고 수작업으로 이뤄져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었다. ‘충분하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약국과 편의점 등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스크 대란’ 초기와 판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병목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마스크 대란 해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약국 등에 대용량 제품을 공급하고 약국에서 이를 1~2개씩 나눠서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생산량 충분해도 낱개 포장할 인력 없다”…마스크 대란 교훈 어디로?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 일대 등 약국 5곳을 돌아본 결과 모두 자가검사키트가 ‘품절’된 상태였다. 인근 편의점에도 일찌감치 ‘자가검사키트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고위험군만 PCR검사를 실시하고 일반 환자는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실시한 후 양성이 나오면 PCR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검사체계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구매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이는 정부 설명과는 정반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8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부는 자가진단키트를 충분히 준비해 놓았습니다. 우리나라 하루 최대 생산 가능량이 총 750만 개 됩니다. 국가 역량은 충분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드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온도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유통’ 과정 때문이었다. 약국에 자가검사키트를 유통하는 의약품 최대 유통망 지오영은 하루 60만개(전체의 50% 수준) 정도를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설명한 750만개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대한약사회, 약사, 유통업체 등 관계자들은 생산 여력은 충분히 되지만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포장 단계’ 과정에서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약국과 편의점에 유통되는 자가검사키트는 ‘소비자판매용’이라 보통 2개씩 포장돼 판매된다. 문제는 2개를 묶어 포장하는 과정은 자동화가 안 돼 있다 보니 공급물량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반면 선별진료소에 공급되는 검사키트는 20·25개씩 포장돼 공급되는 탓에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공급되는 상황이다. 일반 약국에서는 대용량 제품을 납품 받아 낱개로 뜯어 소분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약국에서 덕용(대용량)포장을 소분판매를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마스크 대란 당시 소분판매 했듯이 자가검사키트의 소분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오영의 경우 최근 밀려드는 주문에 배송기사 수가 부족해 영업사원들이 직접 물량을 포장하고 배송에 나서는 실정이다.

결국 검사키트의 생산량은 충분하지만 실제 판매할 수 있는 키트 공급량은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생산량이 충분하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 키트를 구매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 또한 오르면서 유통 과정에서 ‘사재기’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공적 마스크’처럼 자가검사키트 또한 정부가 직접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적마스크 관리할 때와 같다. 정부가 공급망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당분간 수출을 자제하고 물량을 국내로 돌릴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별진료소에 갈 자가검사키트를 약국 등으로 풀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천 교수는 “선별진료소에서 사용하는 키트를 개인이 검사할 수 있게 약국에 풀어주거나 주민센터를 통해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서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선별진료소에선 PCR검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가검사키트 구매 불가능…시민들 ‘헛걸음’ 반복에 분노

시민들은 이날도 자가검사키트를 찾기 위해 동네약국과 편의점을 돌고 있었다. 한 약국에는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자가검사키트를 사러 왔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려면 자가검사 결과가 있어야 한다.

서초구 한 약국에서 만난 이창섭씨(28·남)는 “취업한 곳에서 자가진단키트 구해서 검사받고 오라고 했다”며 “선별진료소는 줄이 긴 것 같아 약국에 왔지만 못사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약국에서는 발주를 넣어도 일부만 입고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마저도 입고되자 마자 오전에 품절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약사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키트를 구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로 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오늘 물량도 안들어왔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다 난리라고 한다”라며 “지난주부터 급격히 수요가 많아졌는데, 오늘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돌아갔다”고 상황을 전했다.

편의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CU편의점이 지난 8일부터 하루 점포당 자가검사키트 발주량을 단 2개로 한정했다. 미리 물량을 확보해둔 GS25 편의점은 점포당 15개씩 가능하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