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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영매체 “황대헌, 논란의 여지없는 진짜 실력”…반중정서 의식했나

입력 | 2022-02-10 13:22:00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 결승 9일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1500 미터 경기 결승에서 우승한 황대헌이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anga.com


9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팀의 황대헌(23·강원도청)이 군더더기 없는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내자 그 동안 한국팀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렸던 중국의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황대헌이 논란의 여지없는 진짜 실력을 보여줘 중국 누리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중국 관영 영자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황대헌이 금메달을 딴 소식을 전하며 “황대헌은 1000m 경기에서 반칙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1500m 경기에서는 논란이 전혀 없었다”면서 “경기 후반 다른 팀을 추월하려 하기보다는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는 한국의 전략이 적중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도 ‘황대헌 금메달’이라는 검색어가 인기 순위에 올랐고 해당 기사 댓글에는 “넘볼 수 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번 경기에서 황대헌이 가장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쳤다”는 등 황대헌을 치켜세우는 내용도 많았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10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황대헌 선수의 활약을 중국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통해 한중 양국 국민들의 깊은 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들이 황대헌의 금메달 소식을 긍정적으로 전한 것은 올림픽에서 한중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격하게 대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9일 중국 관영 환추시보도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국회의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보낸 나라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한 다른 서방 국가들과는 다르다”면서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불만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환추시보와 글로벌타임스의 이 같은 보도는 ‘한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라’는 지침처럼 해석되고 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여전히 “심판 판정에 불만이 많은 한국은 금메달을 반납하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긴 하지만 빈도와 조롱·비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다만 글로벌타임스는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 왕멍(37)의 말을 인용해 “1500m 경기에서 황대헌은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보다는 쇼트트랙 새 규칙에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중국은 이미 새 규칙에 적응했는데, 한국은 아직 완벽히 바뀐 것은 아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쇼트트랙 혼성계주 2000m와 남자 1000m에 이어 15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리던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 경기에서 실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그는 중국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금메달 획득 이후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려 부담이 됐다”면서 “아직 경기가 남아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 해 달라”라고 말하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런쯔웨이의 탈락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개최국 중국 선수가 실격했다는 것은 이번 올림픽이 공정하다는 증거”라면서 “런쯔웨이는 ‘어떤 나라’처럼 반칙 판정에 대해 항의하지도 않고 큰 모습을 보였다”고 적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