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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윤석열, 대선 27일앞 정면충돌…정국 파장 일듯

입력 | 2022-02-10 18:06:00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2019.07.25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집권시 전(前) 정권 적폐 수사를 예고한 발언이 공개되자 청와대가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문 대통령이 직접 윤 후보를 향해 ‘강력한 분노’를 표출한 것.

국민의힘은 즉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고, 윤 후보는 “우리 문 대통령께서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司正)을 늘 강조해왔다”고 받아쳤다. 대선을 27일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유력 대선 후보가 정면충돌하면서 향후 대선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윤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적폐 청산 수사를) 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서 불쾌감을 표출했고, 직접 이 같은 원고를 작성해 공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도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당선되면 대대적으로 정치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후보는 처음 본다”며 “선거 전략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면 굉장히 저열한 전략이고 소신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직격했다.

그 동안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한 수위로 윤 후보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현직 대통령의 대선 개입 논란이 중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등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 “(대선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며 “청와대가 야당 후보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공격하려는 전초전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 “저 역시 권력형 비리는 늘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면에선 우리 문 대통령님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면서,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은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