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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한복’ 입은 주한 미국대사 대리

입력 | 2022-02-11 03:00:00

한옥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크리스토퍼 델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오른쪽). 사진 출처 주한 미국대사관 트위터


누리꾼들이 만들어내는 우리말 언어유희가 기발합니다. 이번에는 ‘눈 뜨고 코 베이징’이란 말이 등장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피해를 당하는 험악한 세상’이라는 의미를 지닌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에 ‘베이징’을 결합했습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나온 여러 편파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말입니다.

특히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8일까지 진행된 쇼트트랙 3종목에서 21개의 페널티가 쏟아졌지만 상습적 반칙을 일삼는 중국 선수에게는 단 1개만이 주어졌습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한국의 황대헌, 이준수가 연이어 실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해설을 맡은 중국과 한국 전문가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판정이었습니다.

편파 판정 논란은 다른 종목에서도 불거졌습니다. 7일 열린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에서 독일, 일본,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여자 선수 5명이 실격 처리됐습니다. ‘헐렁한 유니폼을 입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신체 사이즈 대비 2cm 미만의 오차만 허용하는 등 유니폼이 몸에 딱 맞아야 하는 규정이 있긴 하나 한 경기에서 이렇게 많은 실격 판정이 나온 전례가 없습니다. 독일 대표팀 감독은 분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구촌 축제가 아닌 중국체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대회 보이콧까지 검토했으나 선수들의 입장을 고려해 경기는 치르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4일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소수민족을 대표하며 등장하는 바람에 문화 침탈 논란이 일었습니다. 중국 측은 조선족의 옷이라고 둘러댔지만,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동북공정을 통한 역사 왜곡과 김치를 자신들의 전통 음식으로 주장하는 등 그간 중국이 저지른 ‘문화 찬탈’의 기억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라고 묻고 “김치, K팝, K드라마… 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는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적었습니다. 그는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들고 찍은 사진을 직접 올렸습니다. 상투를 틀고 갓까지 썼습니다. ‘한국의 원조 한복(Original Hanbok From Korea)’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으며 주한 미국대사관 공식 소셜미디어는 이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2020년 12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적고 직접 김치 담그기 체험을 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환추시보가 염장채소 파오차이를 국제 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젠 우리가 김치 산업의 세계 표준”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을 때였습니다. 메달은 훔칠 수 있을지 몰라도 문화는 결코 훔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