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에게 사적인 업무를 시켰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김 씨는 “공직자 배우자로서 공사 구분을 분명히 못해 사과드린다”며 “수사와 감사 결과가 나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8분간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은 논란이 촉발된 지 12일 만이고, 2일 서면 입장문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김 씨 관련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7급 공무원 A 씨가 5급 공무원 배모 씨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내용은 김 씨의 음식 배달, 약 대리 처방, 관용차의 사적 이용 등 전방위에 걸쳐 있다. 게다가 개인카드를 법인카드로 ‘바꿔치기’한 공금 유용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배 씨와 A 씨의 대화 녹취록도 상세하게 공개됐다. 그런데도 김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수사와 감사에 협조하겠다”는 몇 마디로 피해갔다. 과연 김 씨가 배 씨에게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는지, 지시도 없었는데 배 씨가 A 씨에게 김 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시킨 것인지 의문만 남았다. 이러니 A 씨가 “사과의 진정성이 없었다”고 비판한 것 아니겠는가.
사태 초반부터 민주당의 대응은 갈팡질팡했다. 제기된 의혹마다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더니 황당한 해명으로 되레 반감을 키우기도 했다. 송영길 대표는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준다”고 했다. 그러나 대리 처방을 일반 의약품 수령과 비교한 것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선대위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A 씨에 대해 “부당한 일을 시키면 그만두면 될 텐데 왜 다녔냐”라며 엉뚱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억지 대응에 역풍이 불자 뒤늦게 김 씨가 직접 사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