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썩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에는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덴털 마스크조차 구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때 한 장에 100∼150원짜리 덴털 마스크가 장당 1000원 넘게 판매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마스크가 풍족해져 다양한 색깔의 고급 마스크도 등장했다. 문제는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의 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국민이 사용한 뒤 버리는 마스크 물량을 단순히 산술 계산하면 하루에 최소 25만 t에 이른다. 인구(5000만 명)에 마스크 무게(5g)를 감안한 것이다.
좀 더 상상해보자. 마스크 하나의 두께가 대략 1.6mm다. 5000만 개를 한꺼번에 쌓으면 8만 m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555m) 144개 높이에 이른다. 이를 전 세계 70억 인구에 대입한다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다.
어디 마스크만 그런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수많은 생활물품이 버려졌다.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에는 환자가 생활치료센터 등에 입소했다가 퇴소하면 환자가 쓰던 매트리스며 이불을 싹 회수한 뒤 밀봉해 버렸다. 환자가 사용하던 모든 물품을 수거해 소각하기도 했다. 아직도 그런 경우가 있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돼 생활치료센터에 일주일 정도 입소한 한 의대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하고 풍족한 생활용품에 놀랐다고 한다. 특히 샴푸, 린스, 보디워시, 연고, 비누, 치약 등은 혼자서 한 달 이상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퇴소하는 날 이 모든 물품이 회수돼 쓰레기봉투에 들어갔다. 심지어 뚜껑도 열지 않은 생활용품에도 예외가 없었다. 아예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환자들에게는 입고 있는 옷이 모두 회수되니 비싼 옷을 입지 말라고 공지하기도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예전엔 의료폐기물로 소각됐지만, 요즘은 소독제를 뿌리고 밀봉한 뒤 일반 생활폐기물로 소각한다.
재소독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다. 환자들이 사용하던 물건인 만큼 본인이 가져가서 쓰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생활용품을 일회용으로 바꿔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은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집에서 사용한 것을 전부 회수해 소각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고, 이를 소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자가검사키트 역시 마찬가지다. 자가검사키트 중에는 분명히 검체를 떨어뜨렸는데 뿌옇게 되면서 붉은선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 다시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 상당수는 키트 불량이다. 불량 키트가 나오지 않도록 당국의 검수 조사가 필요하다. 또 어떤 자가진단키트는 1개가 아닌 2개씩 포장돼 있어 어쩔 수 없이 두 개를 사는 경우도 있다. 요즘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만큼 1개 단위 포장 생산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자가검사키트가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하려면 한 번에 제대로 정확하게 검사하는 게 필요하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증상이 생기고 하루 내지 이틀 안에 검사를 해야 한다. 콧속 깊숙한 곳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한다. 증상이 생긴 후 5일이 지난 후에 진행한 자가검사는 10∼20% 정도에서만 양성이 나와 정확도가 떨어진다.
오미크론 변이는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하루 10만 명 이상 확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국민들이나 보건당국 모두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노력도 기울여야 된다.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쓰레기 역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새로운 방역 의료체계로의 개편에 나섰다. 환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코로나19 방역 의료 방식도 이번 기회에 한번 점검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