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 “러-우크라 갈등 지속 고려해 가스물량 사전확보에 주력”

입력 | 2022-02-11 03:00:00

“가스공급 중단땐 가격 상승할수도”… LNG 추가 구매 등 추진의사 밝혀
일부 “美, 가스 스와프 요청했는데”… 동맹국간 협조 경시 오해 우려엔
정부 “수급 차질없이 도울 방법 고민”, 전문가 “협력 제스처 취할 필요있어”




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 상황 지속과 관련해 가스 물량을 사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에 따른 가스값 인상 및 물량 도입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구매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유럽에 LNG를 보내기 위해 한국 등의 협조를 요청한 상황에서 되레 정부가 LNG 추가 구매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동맹국 간 협조를 경시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급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적 차원에서 보다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을 대비한 ‘산업자원안보 태스크포스(TF)’를 열었다. TF를 주재한 박진규 산업부 1차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가 유럽연합(EU)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가스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가스 추가 구매, 물량교환(스와프) 등을 통해 물량을 사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사태에 따른 과제로 국내 가스 물량 확보와 더불어 미국 측의 가스 협조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EU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등에 최근 ‘가스 스와프’를 요청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LNG 수입 물량에서 국내 수급 안정에 필요한 몫을 제외한 잉여분을 유럽 국가로 돌리겠다고 밝히며 미국 요청에 화답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EU로 가스 지원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수급 상황도 매우 타이트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미국과 EU 모두 한국의 우방국이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의 수급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 계속 협의 중이다. 국내 수급 차질이 없는 가운데 도울 방법이 없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가스 수요, 3월 꽃샘추위 변수 등을 감안하면 국내 가스 물량에 여유가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 절감 대책으로 석탄 발전을 줄이며 LNG 발전을 대폭 늘렸다. 가스 수급이 부족해지면 결국 석탄 발전을 다시 확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외교적 관점을 고려한 범부처 차원의 세밀한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도 ‘국내 영향이 없는 범위’라는 전제를 달고 잉여 물량만큼의 협조를 밝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물량 확보만 고려한다는 점이 강조되면 우리 것만 챙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조건부 참여 등 최소한의 협력 제스처는 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