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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국 쇼트트랙 대표, 규정 바꿔 ‘싸움닭’ 뽑았다

입력 | 2022-02-11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
초반 선두 확보-상대 견제 잘하게
결승선 아닌 구간별로 점수 배정
선발전 6종목 1위 통과 선수 탈락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질주하고 있다. 황대헌은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2022.02.07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중국이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반칙에 가까운 거친 플레이로 밀어붙인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현재까지 4개 종목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중국 남녀 쇼트트랙은 대체로 초반에 선두 자리를 확보하고 노골적인 터치와 몸싸움을 불사한 견제로 상대 추월을 막는 전략을 펼쳤다.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덕을 봤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기존 대표팀 선수 선발 규정을 완전히 바꿨다. 선제적으로 선두에 잘 나서고 인-아웃코스, 후방 견제에 능한 선수들이 유리한 점수를 받도록 했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30일 공지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 선발 방식에 따르면 1∼3차 선발전(1월 10∼15일)에서 500m, 1000m, 1500m 종목마다 몇 개의 구간을 정해 놓고 구간별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에게 승점을 부여했다.

보통 상식적인 선발 규정은 마지막 결승선 1위 통과자가 포인트를 독식하는 구조다. 그러나 바뀐 규정에서는 모든 구간에서 치열하게 리드를 잡아야 점수를 많이 받도록 했다. 500m는 4개 구간을 두고 구간별 1위에게 900점(총 3600점)씩 배정했다. 1000m도 9개 구간을 나눠 구간별 1위는 400점을 받고, 1500m 역시 12개 구간에서 1위가 300점씩 받도록 했다.

이 조건으로 남녀 5명씩을 선발했다. 남자에서는 이번 시즌 월드컵 2차 대회 1000m 1위, 3·4차 대회 1500m 1위를 한 런쯔웨이와 월드컵 4차 대회 500m 1위를 한 우다징이 자동 선발됐다. 나머지 3명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올림픽에 나왔다. 18세의 장톈이가 1차 선발전을 뚫었고, 황대헌을 집중 견제했던 리원룽이 2차 선발전, 쑨룽이 3차 선발전에서 국가대표가 됐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중국 대표팀의 1500m와 5000m 계주 핵심 멤버로 테크닉이 좋은 안카이는 1∼3차 선발전 9개 종목 중 6개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구간별 승점을 많이 쌓지 못해 탈락했다.

한국 쇼트트랙 레전드로 꼽히는 A 씨는 “중국이 한국 선수들의 기술적인 추월에 대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맞춤 대표를 뽑은 것 같다. 남자 1000m에서도 런쯔웨이가 초반 선두로 나가고 바로 뒤에 리원룽을 붙여 황대헌의 추월을 강하게 막는 전략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황대헌이 인코스 추월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을 경우 충분히 판정에서 안방 이득을 본다는 계산까지 감안했을 것이라는 게 A 씨의 분석이다.

하지만 9일 남자 1500m에서는 런쯔웨이가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 쑨룽, 장톈이가 준준결선에서 탈락하면서 이런 계획이 무산됐다. 황대헌과 우리 선수들은 긴 아웃코스로 돌아 몸도 안 부딪히고 수월하게 추월을 했다. 11일 재개되는 쇼트트랙에서 중국의 이런 전략이 다시 통할지 관심거리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