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10명중 유일 생존 압데슬람, 판사가 직업 묻자 “IS의 전사” “난 마음 바꿔 폭탄조끼 안 터뜨려”… 佛검찰 “작동 안해 버린 것일 뿐”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흠집 하나 내지 않았다.”
9일 프랑스 파리 특별법원에 출석한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33)이 투명 칸막이 너머로 판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쑥 튀어나온 그의 말에 방청석이 들썩였다. 모로코계 프랑스인 압데슬람은 2015년 11월 13일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연쇄테러 사건에 직접 가담한 1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나머지 9명은 사살되거나 자살했다.
7년 전 압데슬람의 공범들은 프랑스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던 축구 경기장과 파리 시내 식당가, 유명 클럽인 바타클랑 극장에서 폭탄을 터트리고 총을 난사했다. 압데슬람의 자살폭탄 조끼는 테러 직후 파리 남부의 한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나는 폭탄을 터뜨리지 않았다”며 테러 직전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도 자신이 IS 대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놓이자 “나는 사회에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판사에게 “누군가 폭발물을 실은 가방을 들고 지하철에 탔다가 마지막 순간에 터트리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수감되거나 죽을 것을 안다면 누구도 (테러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그의 주장에 대해 “자살폭탄 조끼가 작동하지 않아서 버린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압데슬람은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서 “감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감옥에서 하루 종일 감시받고 비난받으며 쓰레기처럼 취급당한다면 ‘마지막 순간 내가 (폭탄을 터뜨리며) 끝까지 갔어야 하는지 되묻게 된다. 차라리 폭탄을 터트리는 게 나았을 것이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당시 폭탄, 소총 등 무기를 테러 현장으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 함께 테러에 가담했던 그의 형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했다. 홀로 살아남은 압데슬람은 다음날 새벽 벨기에로 도주했다가 4개월 만에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4일 뒤 브뤼셀 국제공항과 사내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숨졌는데 압데슬람은 이 테러에도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주범이 머물던 아파트에서 그의 지문이 묻은 유리잔이 발견되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압데슬람은 지난해 9월 재판에서 판사를 향해 “나는 죽어도 부활할 것이며 너희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고 이날 재판에서도 당당했다. 그는 테러 이유에 대해 “프랑스군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를 공격했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프랑수아 올랑드(당시 프랑스 대통령)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무고하게 희생된 130명에 대한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