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프리도 압도적 연기로 금메달
미국 피겨스케이팅 간판 네이선 첸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5개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성공시키는 등 완벽한 연기를 펼친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5위에 그쳤던 첸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하뉴 유즈루(오른쪽 사진)는 첫 점프인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를 실패하며 아쉽게 4위에 그쳤다. 베이징=AP 뉴시스
4년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간판 네이선 첸(23·미국)과 일본의 ‘얼음 왕자’ 하뉴 유즈루(28)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에서 맞붙었다. 당시 기대주였던 첸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2014 소치 올림픽 남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하뉴는 완숙한 연기력과 점프로 2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결과는 ‘실수’에서 갈렸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1위)과 프리스케이팅(2위) 모두 실수 없이 마친 반면에 첸은 쇼트프로그램에서 3개의 점프를 실패해 1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하나의 점프를 제외하고 모두 성공하며 1위에 올랐지만 총점에서는 5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하뉴의 차지였다. 첸은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첫 올림픽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날 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어떤 부담감이나 중압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으로 2018년 쇼트프로그램에서 17위를 받아 든 순간을 꼽은 첸은 평창 올림픽 뒤 미국 명문 예일대에 진학했다.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3세 때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줄곧 피겨에만 집중했던 그는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를 하면서 피겨를 하지 않고도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법을 배웠다”며 피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첸은 이날 흥겨운 엘턴 존의 ‘로켓맨’ 음악에 맞춰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모든 연기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로켓처럼 날아올랐다. 모든 연기를 마친 뒤 금메달을 확신하는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 3연패와 남자 피겨 선수 최초로 공식 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 성공을 노렸던 하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88.06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95.15점)를 합쳐 283.21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4년 전 하지 않았던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 실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쿼드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점이 뼈아팠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 성공에 승부수를 걸었던 하뉴는 연기를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아무도 뛰지 않았던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는 도전정신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하뉴는 경기 뒤 “전부 쏟아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 또한 내 모습”이라며 “보상 받지 못한 노력이 됐지만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18·310.05점)와 우노 쇼마(27·293점)가 차지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