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밀 분석 결과 첫 공개
옥으로 만든 피리인 옥저는 대금과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신라시대부터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통 관악기인 옥저(옥피리)와 이 악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립국악원은 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조선 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옥피리에 사용된 광물인 옥이 당시 악기 재료의 주요 산지이던 경기도 화성이 아닌 전혀 다른 지역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 신성한 악기 옥저, 조선 말 재료 왜 바꿨나
옥저는 옥으로 만든 관악기다. 속이 빈 대나무로 만드는 전통악기인 대금과 비슷하다. 대금처럼 한 구멍에 숨을 불어넣고 다른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아 조절하며 소리를 낸다. 위에서부터 바람을 불어넣는 구멍인 취구, 떨리는 소리를 나게 하는 구멍인 청공, 손가락으로 막아 음률을 만드는 지공과 음정을 조절하는 칠성공을 갖췄다. 국악원 옥저도 취구 1개와 청공 1개, 지공 6개, 칠성공 1개를 가졌다.
하지만 옥저는 국악의 역사에서 매우 미스터리한 악기로 분류된다. 언제, 어떤 자리에서 사용됐는지 기록이 거의 없다. 제례 등에 사용된 신성한 악기로 추정될 뿐이다. 이날 공개된 옥저는 1951년 국립국악원 설립 때부터 보관돼온 것이다. 원내에 들어온 것만 알려졌을 뿐 제작 장소나 연대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옥저를 담은 상자에 적힌 녹색 글씨에서 18∼19세기에 사용된 비소 성분이 검출돼 조선시대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국악당에서는 연주자의 손에 들린 옥저가 수십 년 만에 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국악원의 옥저가 엄밀한 의미의 옥보다는 다른 광물인 대리석에 가깝다고 말했다. 옥저에 많은 탄산염광물은 건달산 남양옥에서도 발견되지만 색도를 분석한 결과 다른 암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교수는 “광물적으로 옥이 아니라도 빛이 나고 단단한 광물을 옥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옥저에서도 대리암 성분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국악원 옥저 외에도 17세기 경주에서 발견된 경주 옥저 등 약 10점이 남아 있다. 국립국악원은 전통악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물리적 성질과 음을 내는 원리를 이해하면 전통 복원뿐 아니라 연주자 연주에도 더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옥저와 대금 떨림판이 소리 2배 키워
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옥저를 처음으로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연주자들은 양반들이 주로 연주하는 정악에는 두꺼운 갈대청, 서민들의 음악인 산조에는 얇은 갈대청을 쓴다. 얇은 갈대청이 울림을 더 크게 해 산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얇은 갈대청은 두께는 0.04mm가량 차이가 나지만 탄성도는 오히려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성도가 높으면 음을 울려주는 성질도 강해진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