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가계대출 4000억 줄어 금리상승-자산시장 하락세 영향 증권 신용융자 5개월새 4조 감소
대출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흔들리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줄었고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빌린 신용거래융자는 5개월 새 4조 원 넘게 빠졌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4000억 원 줄었다. 지난해 12월(―2000억 원)에 이어 감소세가 계속된 것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 대출이 한 달 새 2조6000억 원 줄었다. 감소 폭이 지난해 12월(―2조2000억 원)보다 확대됐으며 2009년 1월(―3조2000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781조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2000억 원 늘었다. 증가 폭은 전달(2조 원)과 비슷했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빚투에 나서는 투자자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의 빚투 움직임은 크게 위축됐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주식 매수 목적으로 빌린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일 현재 21조4706억 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9월 13일(25조6540억 원)과 비교하면 16% 넘게 줄었다.
미국발 긴축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증시를 이탈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467억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18조4953억 원)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27조2930억 원)과 비교하면 26% 넘게 급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