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부동산 매매시장
1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대단지 30평대 아파트(전용면적 84m²)는 지난달 23일 22억5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9월 같은 동 아파트가 23억1000만 원에 팔린 뒤 해당 동에서는 5개월 만에 성사된 거래다. 이후 이곳 매물은 현재 호가가 20억∼21억 원까지로 낮아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더 낮은 가격을 원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4구’(동남권) 아파트 매매가가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서울 송파구가 1년 8개월 만에 처음 하락한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는 보합세를 이어갔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대선 전 관망세까지 이어지면서 거래가 침체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북권이 하락세로 바뀐 데다 서북권(―0.01%·마포 은평 서대문구) 동북권(―0.02%·성동 광진 노원구 등 8개 구)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3주 연속 내림세다. 경기, 인천(―0.02%)도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집주인과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며 집값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가 있으면 가격을 낮추겠다는 집주인도 있지만 호가는 이전 최고가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 단지의 30평대(전용면적 84m²) 호가는 32억∼32억5000만 원 선. 직전 최고 가격인 지난해 9월 32억 원과 큰 차이는 없다.
집주인들은 양도세가 높은 상황에서 가격을 낮춰 거래하기보다는 증여를 택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은평구와 서초구 반포동에 1채씩 가진 손님이 은평구 집은 증여하고, 반포동 집은 대선 이후에 매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급한 사정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이미 증여 등으로 매물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월 대선이 서울 아파트 시장 흐름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 부동산정책 기조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6월 보유세 부과 전 매물을 처분할지 말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부족과 부동산정책 변화 등 상승 요인이 여전해 시장이 하락기에 본격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