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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가 공인중개사의 실수로 발생한 중개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무더기로 늦장 처리했다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또 중개사고에 따른 배상금 청구 건수나 금액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협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종합감사 처분요구서’를 최근 발행하고, 누리집에 공개했다.
● 중개사고 배상금 늑장지급 무더기 적발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협회는 2019년부터 2021년 12월3일까지 168건의 배상금 지급신청을 접수하고서 절반에 가까운 70건(41.7%)에 대해서 60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다.
이 가운데에는 지급신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100일 넘게 늦장 처리한 사례가 5건이나 됐다. 또 3개월에 육박하는 90일 이상 늦어진 경우도 10건에 달했고, 나머지는 모두 2개월 이상 묵혔다가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4월 경북에서 2250만 원의 배상금을 요청한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협회 소속 중개사 B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권리관계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이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2020년 2월 4일 2250만 원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같은 해 4월 29일 협회에 2250만 원을 지급해달라고 신청했는데, 협회는 103일이 지난 8월 10일에야 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배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또 실제 배상금은 8월 14일에 지급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배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가 늦어지면서 224만9385원의 지연이자가 발생했다”며 “이런 지연이자를 A씨에게 지급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배상 위한 보상 절차나 개선책 마련도 미흡
국토부의 이번 감사에서 중개사고 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배상금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배상금 신청건수는 2017년 428건에서 2018년 483건, 2019년 572건, 2020년 688건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청구금액도 2017년 265억 원에서 2020년 45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를 전담할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로 인해 중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는 물론 협회 소속 회원들이 대부분 소송을 통해 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배상을 위해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공탁해야 하는 금액이 1억 원(법인 2억 원)인데, 건당 중개사고금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2018~2020년까지 3년간 중개사고 656건 가운데 1억 원 초과가 150건(22.9%)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협회는 손해배상을 위해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면서 내야할 공탁금과 배상한도를 높이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협회장에게 “부동산 중개 시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로 인한 분쟁의 사전예방 및 조정, 분쟁내용의 조사, 소비자 민원 상담 등 대국민 서비스 제고를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중개사고로 인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역별 특성과 거래금액별 공제가입 금액을 다양화해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공제 보장한도액 상향과 함께 거래금액 및 건수가 많은 경우 공제 보장한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