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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인, 우크라서 당장 떠나라…美-러 총쏘면 세계대전”

입력 | 2022-02-11 14:00:00


루마니아로 가는 미군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제2기병연대가 9일 남부 필제크의 군비행장에서 장갑차를 일렬로 세우고 있다. 제2기병연대는 향후 수일 안에 동유럽 루마니아로 이동해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방지를 위한 나토(NATO) 군의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필제크=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3차) 세계대전”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는 미국 시민은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독일과 프랑스의 외교적 중재 시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벨라루스에서 본격적인 군사훈련에 나섰다. 미-러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NBC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테러단체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세계 최강 군대 중 하나와 맞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인 구출 시나리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탈출 계획)은 없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총을 쏘기 시작하면 이전에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으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 사상자가 생겨 미군이 개입하면 미-러 간 직접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상황이 급격하게 미쳐 돌아갈 수 있다(could go crazy quickly)”라고도 말했다. 이날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경고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미 국무부도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Do Not Travel)’로 높이고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 즉각 출국을 촉구했다. 국무부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언제든지 경고 없이 이뤄질 수 있다”며 “예측 불가능하고 공지도 없이 단시간에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날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벨라루스군과 ‘동맹 결의 2022’ 합동 훈련에 들어갔다. 우크리아나 국경에 이미 병력 10만여 명을 배치한 가운데 추가로 병력 3만여 명과 수호이(SU)-35S 전투기, 핵탄두 탑재 가능 이스칸데르미사일 등으로 훈련을 시작한 것.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우크라이나 침공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미국 민간위성업 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가 크림반도 흑해 서부 연안 인근에 병력과 차량을 추가 배치하는 등 우크라이나 남쪽과 북쪽, 동쪽 접경에 병력을 늘려 ‘3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흑해와 인근 아조프해에서 러시아 해군이 함대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9개 경로로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으며 수도 키예프까지 48시간 내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무력충돌을 막기 위한 유럽 각국의 시도는 속속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10일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 회담이 빈손으로 마무리됐고, 독일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노르망디 형식’ 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앞으로 며칠이 유럽의 최근 몇 십 년 가운데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금 유럽에서 전쟁을 막는 노력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