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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도 품절…진단키트 품귀, 값 10배까지 폭등

입력 | 2022-02-11 14:32:00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자가검사키트가 품절됐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고모 씨(64)는 1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하기 위해 집 근처 약국 3곳을 돌아봤으나 구하지 못했다. 고 씨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엔 자가검사키트를 갖춰놓은 약국이 없어서 차를 타고 나가서 구하든, 자녀에게 부탁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든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셀프 방역’, ‘셀프 치료’로 변화하면서 신속항원검사(RAT)를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한 결과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가검사키트 부족이 예상되자 13일부터 키트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자가검사키트 ‘최고 가격제’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11일 동아일보가 온라인 쇼핑몰 3곳을 둘러본 결과 유통업체들은 자가검사키트 도입 초기인 지난해 4, 5월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가 넘는 가격에 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쿠팡에서는 SD바이오센서의 진단키트 1개(1회분)가 3만12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다른 판매자는 5개입 1세트를 25만 원에 팔고 있어 1개 5만 원 꼴이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개 3000~5000원 선이였던 키트가 현재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는 셈이다.

폭리에 가까운 가격이지만 구입하려는 이들은 많은 듯했다. 키트 1회분을 3만 원 대에 팔고 있는 한 업체는 붉은 글씨로 “주문 폭주로 배송지연 시 주문이 취소될 수 있다”, “2월 11일까지 구매한 물량만 배송처리한다” 등의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이날 키트 구입을 시도한 이모 씨(25)는 “2개입 1박스를 19000원에 판다는 곳이 있어 주문을 했는데, 2시간 뒤 업체 측에서 물량이 부족하다며 배송을 취소하고 환불 처리했다”고 했다.

동네 약국에서도 품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약국은 11일 오전 10시 40분경 “자가검사키트 재고가 2개들이 1묶음만 남았다”며 “오후에 25개입 1묶음이 들어오니 더 구매하고 싶으면 전화번호를 남겨두고 가면 연락을 주겠다. 지금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가기 때문에 일찍 오셔야 한다”고 했다. 중구 소재 또 다른 약국은 “20개입 1묶음만 남았다. 14만 원이고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 씨는 “도매업체를 통해 매일 자가검사키트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금방 재고가 소진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13일부터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다고 한 뒤로 키트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가검사키트 생산량 자체는 부족하지 않지만 나눠 포장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면서 실제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물량이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자가검사키트는 자동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지만, 이걸 도매 업체에서 소분해 포장하는 과정이 수작업이라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정부에서 20개, 25개들이 박스를 일선 약국에 제공한 뒤 각자 소분해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과거 ‘마스크 대란’ 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일회용 비닐을 약국에 제공해 마스크를 1, 2장씩 소분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때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대란’ 때만큼 심각한 품귀 현상이 발생하진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는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가 매일 1장 이상씩 써야 하는 소모품이었지만, 자가검사키트의 경우는 필요할 때만 1회분을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상품은 아니다”라며 “각자 가정에 필요한 만큼 구비를 해두고 나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