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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입는 스키선수…재택근무 덕에 ‘올림피언’ 꿈 이뤘다

입력 | 2022-02-11 15:17:00

소토 모레노 인스타그램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훈련-대회-재충전’이 무한반복인 삶을 산다. 하지만 소토 모레노(멕시코·29)에게는 ‘훈련-대회’조차 시간을 쪼개고 쪼개야 가능한 일이다. 제조업체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모레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체육관에서 운동을 2시간씩 한 뒤 양복을 챙겨 입고 출근한다. 퇴근 뒤에는 1~3시간 동알 달리거나 롤러스키를 탄다. 훈련에 오롯이 전념할 수 있는 건 남들이 다 쉬는 주말 뿐이다.

멕시코 이민자 2세인 그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 스키선수로 활동했지만 재정적 지원을 얻지 못해 프로선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스키를 1년 배운 멕시코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보고 멕시코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꿈을 키웠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권을 따려면 국제대회 포인트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일을 해야했다. 그는 “장비, 이동비, 식비를 포함해 한 달 훈련비로 최소 2만 달러(약 2400만원)가 든다. 싼 스포츠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은 일주일 전부터 와 코스 적응 훈련을 했지만 모레노는 하루 전에 겨우 도착했다. 대회가 토요일이면 금요일 하루만 연차를 내고 목요일 밤 비행기로 이동했고 경기를 마친 뒤 일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월요일에는 정상 출근했다.

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평소에는 갈 엄두를 못 냈던 유럽, 중동 대회에 출전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그는 “근무를 하면서 스키를 탔다. 여기 베이징에서도 계속 업무 메일을 보내야 해서 바쁘다”고 말했다. 11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15km 클래식에 출전한 모레노는 마침내 올림피언의 꿈을 이뤘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