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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日 ‘잃어버린 30년’ 우리 일이 되고 있다

입력 | 2022-02-12 00:00:00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쏟아내는 선심성 공약으로 한국 경제가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을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0, 11일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하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거나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했고,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가계·기업 부채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상태”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들의 이런 분석은 눈앞의 표만 생각하는 정책으로 부채가 급증하면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돈을 뿌릴 때는 잠시 모두가 달콤해하지만 그 후폭풍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일본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장기 침체기를 겪은 것은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한 상태에서 자산가격에 낀 거품이 일거에 꺼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가계와 기업이 부채 감축에 나서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데다 수출 경쟁력까지 추락하면서 저성장의 긴 터널로 접어든 것이다. 거품 붕괴의 충격으로 1980년대 연간 4∼5%대에 이르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1%대 초반으로 고꾸라졌다. 막대한 부채 더미에 올라앉은 정부 재정은 빚을 내서 빚을 갚기 바쁜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6%에서 50%로 급증했고, 작년 6월 기준 가계부채비율은 주요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재원을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며 부채 부담을 되레 키우고 있다. 이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과 미래를 대비하는 개혁과제를 외면한 채 나라를 빚 중독 상태로 몰아넣는 일이다. ‘잃어버린 30년’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