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금리인상, 통화긴축 가속 유가, 원자재, 물류의 ‘3중고’도 여전 추경은 유동성에 기댄 땜질식 처방일 뿐 경제악재 부작용 줄일 현실적 대책 나와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첫 달은 주식시장에 있어 잔인한 달이었다. 일반적으로 1월은 이른바 ‘1월 효과(January Effect)’로 주식시장의 수급이 개선되고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된다. 다른 달에 비해 비교적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는 1월 효과가 무색했고, 투자한 원금을 보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여줬다. 한국 주식시장의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은 각각 ―10.6%, ―15.6%였다. 미국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3%, 나스닥은 ―9%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우울한 새해 첫 달을 보냈다.
이번 하락장은 금리 인상 및 유동성 축소에 대해 시장이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결과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추며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를 알렸지만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로 복귀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이나 통화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5%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작년 12월에 3.7%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여줬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태에서 각국은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펼쳤다.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고,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를 이끄는 주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기정사실이 되면서 각국 주식시장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악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급등한 국제유가로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내 경기 회복의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부터 발생한 글로벌 물류 병목현상 또한 올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높은 물류비용을 지속해서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적한 대외악재 속에서 국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 14조 원에 대해 여야가 각각 35조 원과 50조 원으로 증액을 요구하면서 재정건전성보다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돈을 푸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어가고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유동성 풍년에 가렸던 한국 경제의 실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 이를 가리기 위해 땜질식 처방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주식시장의 하락뿐만 아니라 부채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높여서 가계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세밀하게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포퓰리즘식의 과도한 공약들도 반드시 자제돼야 한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막 내린 저금리 시대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들을 발표하길 바란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