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교환기 정비중 압력 높이다 “꽝”… 1t 덮개 30m 날아가 작업자 덮쳐 늦둥이 아빠-예비신랑 등 참변… 고용부-경찰, 안전조치 위반 조사 여수화학단지 노후화로 사고 잦아… 화재 사망 등 작년에만 22건 사고
폭발로 튕겨 나온 덮개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로 열교환기에서 튕겨 나온 내부 덮개를 관계자가 조사하고 있다. 지름 2.5m, 무게 1t의 덮개는 열교환기로부터 약 3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날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1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폭발사고가 난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설립한 기업으로,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석유화학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폐열을 재활용하는 열교환기 1대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여천NCC 작업관리자 하모 씨(58) 등 4명이 숨지고 박모 씨(45) 등 4명이 다쳤다. 여천NCC에서는 2001년 10월에도 폭발사고로 1명이 사망했다.
○ 마지막 정비 중 폭발
경찰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열교환기 정비 마지막 단계로 공기를 넣은 뒤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압력테스트를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열교환기가 폭발하면서 내부의 원형 금속덮개가 날아가 주변에 있던 근로자들을 덮친 것이다. 무게 1t가량의 이 금속덮개(지름 2.5m)는 열교환기에서 30m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 날아갔다. 연쇄폭발이나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조사 결과 날아간 덮개는 조이는 볼트 100여 개 중 9개가 파손된 상태였다. 여천NCC 측은 “(사고 당시) 열교환기 압력은 대기압의 17.5배 정도로 시험가동 시의 일반적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압력이 과다하게 높아지며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늦둥이 아빠, 예비 신랑도 참변
하 씨를 뺀 나머지 사상자 7명은 열교환기를 수리, 청소하는 여천NCC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모두 Y사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유족들은 또 다른 업체 소속이라면서 정비 업무가 재하도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숨진 협력업체 근로자 이모 씨(31)는 올해 가을 결혼할 예정이었다. 이 씨 유족은 “(이 씨가) 어머니를 어릴 적에 여의고, 아버지와 둘이 살아왔다”고 했다.
숨진 근로자 신모 씨(39)의 모친은 사고 소식을 듣고 여수에서 77km 떨어진 초도에서 급히 배를 구해 빈소에 도착했다. 모친은 영정을 품에 안은 채 “내가 어찌 살겠냐”며 통곡했다. 신 씨는 7남매 가운데 막내였다. 숨진 박 씨와 이 씨, 신 씨는 모두 초도 출신으로 평소 형제처럼 지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 노후 여수산단은 ‘화약고’
최금암 여천NCC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1967년 조성이 시작된 국내 최대 석유화학공업단지 여수산단은 시설 노후화로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화약고’로 불린다. 이번 사고 2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석유정제 공장인 이일산업에서 원료탱크 폭발 사고로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사망했다. 여수산단에서 지난해 발생한 안전사고만 22건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안전사고 221건이 발생해 71명이 사망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여수=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