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 시장이 주춤하는 형국이지만 세입자들은 여전히 고되다. 전세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5%를 돌파했고, 이에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는 0.02% 하락해 2019년 6월 둘째 주 이후 약 2년9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송파(-0.14%), 용산(-0.12%), 강남(-0.10%) 등 고가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송파에서는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 중대형 면적 위주로 1000~2500만원 내렸고, 강남은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2차 대형면적이 2500만원~1억원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전세 가격이 소폭 내린 데에는 대출이자 부담으로 수요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고 5%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갱신계약과 대출이자 부담에 따른 월세 전환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계약 만기가 임박해 가격을 내린 매물 위주로 거래되는 분위기”라며 “다만 봄 이사철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추세 전환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대출이자의 압박으로 세입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가 낫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4.1%다. 전세대출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것이 세입자로서는 유리하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오래 가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가 늘고 있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금리가 오르는 만큼 월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시세가 비싸지고 있다. 이 지역에 집을 가진 임대인은 종합부동산세의 증가 등으로 세 부담이 커진 측면도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는 지난달 25일 보증금 2억원, 월세 51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0월21일에는 동일면적이 보증금 2억원, 월세 450만원이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은 지난달 5일 보증금 8억원에 월세 510만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일 전용 119㎡가 보증금 8억원, 월세 400만원에 거래됐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 3법, 세금 증가, 금리 인상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보증부월세의 비중 증가 및 월세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