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투자노트] 日 엔화 약세로 경제 하강 흐름 반전… 금리인상 신중해야
유럽이 미국의 금리인상 선택을 따를 이유는 없다. GettyImages
유럽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본 모습이 떠오른다. 1990년 자산시장 붕괴 이후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다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는 나라 일본과 유럽은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둘 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이 높은 데다, 정보통신산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며, 막대한 국가부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유럽 정책당국은 수년 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시행했던 일련의 정책 패키지(‘아베노믹스’)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혁신 성장산업을 육성해가는 이른바 ‘세 개의 화살’ 정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얀베 유키오, 2020, ‘일본 경제 30년사’, 238쪽).
공급 충격 인플레이션 발생한 유럽
시장 참가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정책 시행 영향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2012년 초 76.96엔에서 2019년 말 109.10엔까지 상승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닛케이225 지수는 같은 기간 8802에서 2만2366까지 급등한 바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 경제 성과가 다시 부진해진 데다 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지만, 경제 하강 흐름을 반전시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은행처럼 공급 충격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에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내수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지만 공급 충격 이외 요인으로 유발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3월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사실상 확정한 이유도 공급 이외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급한 금리인상이 불러온 남유럽 재정위기
그러나 이 같은 희망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2월 3일 열린 유럽중앙은행의 정례 금리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반면,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중기 물가 목표인 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적절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힘으로써 유로화 가치 급등을 유발했기 때문이다(이데일리, 2월 4일, ‘파운드·유로 강세에 밀린 달러… 환율 나흘 만에 하락하나’). 물론 2011년 성급한 금리인상이 불러온 참혹한 경험(남유럽 재정위기)을 기억하고 있기에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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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6호에 실렸습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