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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위한다는 李·尹, 연금개혁은 어물쩍

입력 | 2022-02-13 10:54:00

[김수민의 直說] “증세 없는 지출은 파기(破棄)를 위해 내놓는 공약이다”




2월 3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3·9 대선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공방을 벌였다. [동아DB]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이재명. 나의 머리를 위해.”

1월 4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탈모 지원 검토’ 공약을 유튜브 쇼츠(shorts) 영상을 통해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은 “좋아, 빠르게 가!”라는 구호에 공약을 실은 쇼츠 영상을 연이어 내놓았다. 하지만 재정 지출 공약을 높이 쌓아 실어놓은 수레가 빠르게 가기는커녕 제대로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다. ‘부담’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감세 경쟁’까지 불붙었다. 윤 후보 측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취득세 감면,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 방안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탄소세 등 증세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생애 최초 취득세 감면 대상 확대, 공시가격 재검토 등 부동산 감세 기조를 밝혔다. 가상자산 수익 5000만 원까지 기본공제를 도입한다는 방안은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이다.
정책 도박·지름신 강림 멈춰야
지출은 늘리고 세금은 깎겠다는 두 후보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태연하게 ‘예산 구조조정’을 들고 있다.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제안한 것도 아니거니와, 집권하면 더더욱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결국 남은 방안은 두 가지, 국가채무와 증세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며 고령화 추세에도 접어들었기 때문에 나라 빚을 늘리는 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고로 증세는 불가피하다. 증세 없는 지출은 ‘파기(破棄)를 위해 내놓는 공약’에 불과하다.

이런 무책임함은 국민연금 문제에서 극에 달한다. 2월 3일 1차 TV토론에서 4명 후보가 국민연금 문제에 합의한 것은 “개혁하겠다” 말고는 없다. 선진국에 비해 확연히 ‘저부담-고지급’인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인상’ 없이는 고갈 위험을 넘길 수 없다. 보험료율 인상을 공약한 대선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뿐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선도한 ‘연금 통합’에 대해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청년 세대의 등골을 휘게 할 국민연금 문제를 넘기면서 어떻게 ‘2030’을 말할 수 있을까.

유력 대선 후보들은 ‘땅’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윤 후보는 원자력발전소 증설을 말하면서도 그 부지는 지목하지 않는다. 고준위 핵폐기장 문제까지 피하기 위해 언급한 ‘파이로 프로세싱’도 무책임한 방안이다. 한국과 미국이 10년간 공동으로 연구해 겨우 얻은 결론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였다. 윤 후보가 “주택 250만 가구 공급”을 내걸자 이 후보가 “311만 가구 공급”을 외치는 것을 보라. 가족의 도박 문제보다 정책 도박이, 무속 논란보다 ‘지름신 강림’이 훨씬 더 큰 문제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