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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 쓸었다고 “무덤 닦냐” 조롱…中누리꾼 표적 된 차민규

입력 | 2022-02-13 13:39:00


올림픽 트위터 캡처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중국 누리꾼들의 한국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도 격한 어조로 맞대응하고 있다. 한중 당국과 언론들이 누리꾼들에 대해 상대방 국민들을 자극하는 언급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해묵은 감정이 올림픽을 계기로 터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선수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중국 누리꾼들의 표적이 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 출전한 차민규.

차민규는 12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메달 수여식에 참석한 차민규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대 바닥을 손으로 쓸어내는 듯한 행동을 한 뒤 시상대에 올랐다. 차민규가 어떤 의미로 시상대를 쓸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누리꾼들은 차민규의 이 같은 행동이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실격된 것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동메달을 딴 캐나다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전 한 행동과 차민규의 행동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당시 캐나다 선수들의 행동에 대해 판정에 항의한 행동이었다는 추측이 나왔고 캐나다 선수들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차민규의 시상식 영상은 12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고, 조회수가 2억 회에 육박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중국 누리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롱과 비난 수위도 높아졌다. 9일 황대헌(23·강원도청)이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논란 없이 깔끔하게 금메달을 차지하며 다소 수그러들던 중국 누리꾼들의 한국에 대한 공격이 다시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 캡처

중국 인터넷 매체인 소후닷컴은 12일 “경기 후 시상식에서 차민규 선수는 시상대를 손바닥으로 쓸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에 “자신의 무덤을 닦는 것이냐”,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메달을 반납하고 돌아가라”, “심판 탓 말고 실력을 탓하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한국 쇼트트랙에 대해 연일 악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인 왕멍(37)은 웨이보에 올린 동영상에서 “(차민규가) 도대체 뭘 닦고 있는지 모르겠다. 닦으면 미끄러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왕멍은 또 다른 중국 쇼트트랙 선수였던 쉬훙즈와 시상식 생방송 중 대화를 나누며 “차민규는 자신이 출전한 종목이 컬링인 줄 아나 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누리꾼들의 이 같은 과격한 반응과 달리 환추시보나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중 교류를 강조하며 과열 양상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쇼트트랙 경기 이후 불거진 누리꾼들의 감정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양국이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만큼 관계 증진을 위한 보다 긍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