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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대선 TV토론 인상비평을 해보았다

입력 | 2022-02-13 14:14:00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종합편성채널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 공동 주관으로 열린 3·9대선 두 번째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성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TV토론은 ‘내 눈에 콩깍지’라고 한다. 애들 학교에서 단체 사진을 찍어도 내 눈엔 내 아이가 제일 예쁜 것과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제일 낫다’ 싶다.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꿨다는 유권자는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11일 TV토론 후보 인상 비평을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일요일^^독자들도 재미 삼아 자신들의 시청 소감과 비교해주었으면 한다.
● 이재명에게 ‘회피’는 생존본능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산업진흥원 등 산하기관에 선거대책본부장 자녀가 들어간 것이 공정한가”를 묻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질문에 즉각 “사실이 아니다”며 넘어가려 했다.

TV토론에선 시간이 부족해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 1월 3일자에 따르면, 성남산업진흥원이 2011년에 뽑은 김 모씨의 아버지가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된 김인섭 씨다. 바로 어제 TV토론에서 이재명이 “패배한 (2006년 성남시장) 선대본부장이고 최근에 본 적이 없다”고 발뺌했던 바로 그 사람 말이다.

윤석열의 부친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의 누나에게 집을 팔았다고 이재명은 “국민의힘이 (대장동) 부정부패를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의 인허가권을 휘두르며 “측근 아니다”라던 유동규 등에게 천문학적 이익이 나게 설계해줬다는 의혹을 받는데다, 얼굴도 못 봤다는 측근의 자식들에게는 신의 직장 공공기관 일자리를 줬던 이재명이 어떻게 ‘유능’과 ‘공정’을 자부할 수 있는지 난 납득할 수 없다.
● 윤석열의 ‘귀’를 잡은 자가 누구인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이 답변에 나서면 불안하다. 정치권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데다, 족집게 과외를 받았대도 말솜씨가 능란하진 않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가 중요하다. 윤석열은 참모만 잘 쓰면 된다는 듯 말했지만 누가 유능한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노동이사제 관련 말하는 걸 보면 참모진은 탁월한 것 같지가 않다.

“강성 귀족노조가 청년 일자리를 막고 있는데 윤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찬성하는 이유가 뭐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질문에 윤석열은 “공공기관은 국민의 것이니까 정부가 임명한 간부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사가 돼 도덕적 해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이 국민의 것? 자기들만의 것으로 아는 ‘철밥통’이 수두룩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노조원 처우 개선, 고용보장 요구를 늘려 철밥통을 금밥통으로 만들고 청년취업 기회는 절멸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윤석열 자신이 공무원 출신이라 “공공기관 개혁 필요!” 외칠 수 없으신가? 그렇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 안철수는 작은 데 집착이 강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가 준비를 많이 한 티는 역력하다. 그러나 2차 토론에서 또 노동이사제와 연금개혁을 들고나온 건 패착이라고 본다. 같은 문제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윤석열에게 “국민연금에는 출산율에 대한 가정이 들어있다”며 “(처음 연금을 설계할 때) 출산율이 어느 정도로 돼 있는지 아는지?” 물은 것도 쪼잔해 보인다. TV토론은 장학퀴즈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가 현재 출산율도 아니고 당시 출산율까지 외우고 있을 수도 없다.

나는 연금개혁이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철수가 진정 연금개혁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어제 토론에선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위원회 설치’ 같은 원칙에만 합의하면 충분했다. 그런데 수급 연령, 대체율같은 문제를 꺼내다니…안철수는 연금개혁위원장을 맡아도 어렵겠다 싶다. 이미 답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갈등을 타협으로 이끌어 내겠나(13일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국민경선 제안도 쪼잔한 데 집착하지 않기 바란다).


● 심상정은 주 4일제 행복한 나라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외치는 ‘복지국가’가 희망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대선 도전도 벌써 네 번째다. 이제 심상정이 입을 열면 무슨 말을 할지, 말투까지 익숙하다. 그래선지 토론에서조차 다른 후보를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는 선진국들이 모두 주4일제를 하고 있다며 윤석열에게 “주 4일제 하실 생각 없으세요?” 물었다. 윤석열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라고 답하자 심상정은 난데없이 “법을 전공한 분들이 왜 이렇게 진실되지 않은지 모르겠어요. 여러분들이 다 언론에서 말해 놓고, 행사 때 말해 놓고 나중에 말 바꾸고 그러면서 여기 와서 이렇게 우기는 게 정당합니까?”라고 야단을 쳤다.

이런 식이면, 귀한 TV토론 시간을 4명의 후보자에게 똑같이 기계적 배분해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안 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에선 지지율 15%이상 후보자만 TV토론 하도록 만들어 ‘양자토론’을 제도화하고 있는 거다.

이 후보, 심 후보, 안 후보, 윤 후보(왼쪽부터)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TV토론회장에 각각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요것도 아나 모르나 보자 식의 유치한 질문, 1분 30초 안에 재치문답 식으로 답변하게 만드는 형식도 제발 검토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TV토론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작정인지, 차라리 거대담론을 말하고, 질문하고,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